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그리스 국가 신용등급을 낮춘 데 대해 증권가는 이렇게 평가했다. 다만 디폴트가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상됐다.
14일 주요 증권사는 S&P로부터 국가 신용등급을 'B'에서 'CCC'로 3단계 하향 조정당한 그리스에 대해 세계 경제에서 적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더라도 다른 선진국까지 재정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CCC는 S&P에서 분류하는 21개 등급 가운데 하위 4번째에 해당한다.
이승우 대우증권 연구원은 "그리스가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몫은 사실 얼마 안 된다"며 "이런 비중에 비해 그리스 디폴트가 위험한 것은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선진국으로 재정위기를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럴 경우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이탈하는 엑소더스도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졌다. 위험자산 회피 성향이 심화되면서 주식에서 채권으로 급선회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박희운 KT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선진국 입장에서 한국 증시는 여전히 이머징 마켓"이라며 "가장 원활한 유동성을 보이는 만큼 빨리 치고 빠질 수 있는 국내 증시가 첫 타깃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유로화 불신이 커질 경우 유럽 주요 국가도 세계 시장에서 투자자금 회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다.
김종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디폴트가 실제로 발생한다면 금융 쇼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투자자가 유로화를 버리기 시작하면 유럽 각국은 해외에서 투자자금을 회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국제 사회가 그리스에 대한 자금 지원을 약속한 만큼 증권가는 디폴트로 이어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지 않았다. 이번 신용등급 하향 조정도 다른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나 피치에 이어 똑같은 움직임을 보인 것일 뿐 추가적인 불안 요인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성권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유럽은행이나 국제통화기금(IMF)이 추가 구제금융에 나설 전망"이라며 "이를 통해 그리스 문제를 모두 해소할 수는 없더라도 진정 국면으로 돌아설 공산이 크다"고 전했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그리스 문제는 내년 이맘때도 다시 등장할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말하면 부도를 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