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한성대(무역학과) 교수는 10일 금융학회 정책심포지엄 발표 자료인 '저축은행 부실의 현황과 원인·대책'에서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을 회피한 채 M&A나 자산·부채 이전(P&A) 방식으로 부실 저축은행을 처리하면서 인수 요건과 자산운용 규제, 지점 설치 요건 등을 완화한 당근을 제공한 것이 화를 키웠다"며 이같이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2003년 6월~2010년 말까지 감사보고서 등을 조사한 결과 그룹 계열화와 대형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저축은행업계 자산규모는 27조원에서 지난해 말 86조9000억원으로 3.2배 불어났다.
자산 1조원 이상 대형 저축은행의 자산규모가 3조원에서 61조5000억원으로 20.2배 커져 비중이 70.8%로 껑충 뛰었다. 2003년 6월까지만 해도 없던 자산 2조원 이상 초대형 저축은행도 36조4000억원(41.9%)으로 확대됐다.
특히 저축은행그룹의 자산규모는 49조2000억원으로 5.8배로 커졌고 비중도 전체의 56.6%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독립 저축은행 수는 70개사에서 47개사로 줄어든 반면 그룹 소속 저축은행 수는 13개에서 25개사로 늘어났다. 그룹 계열 점포수도 44개에서 162개로 122개나 급증했다.
또 현존 105개 저축은행이 주체가 된 기업결합 69건 가운데 그룹 계열 저축은행 중심의 결합이 33건으로 절반에 이르고, 자산 2조원 이상 초대형 저축은행 주체 결합은 23건이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이후에도 저축은행 간 결합이 15건이나 발생했다.
아울러 105개 저축은행 중 지배권이 바뀐 곳은 총 44개사로 전체의 41.9%에 달했다.
김 교수는 감독당국이 금융위기 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심화하는 와중에도 근본적인 구조조정보다 합병 등의 임시방편에 의존해 업계 부실을 키웠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공적자금 투입에 따른 정부여당의 정치적 부담과 정책과 감독실패에 대한 책임추궁을 피하기 위해 관치금융의 편법에 의존하면 금융산업 질서 왜곡 문제는 치유되지 않는다"며 "공적자금은 적기에 충분한 양만큼 투입해야 장기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