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 중문판은 중국 정부의 지원하에 중국 기업들의 유럽 기업 인수 바람이 거세지고 있으며 이러한 야심이 유럽연합의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8일 보도했다.
일례로 중국의 자동차회사 지리(吉利) 그룹은 작년에 포드로부터 볼보를 인수했다.
최근에는 중국 PC 생산업체인 레노보(聯想, 롄샹)가 독일 메디온의 지분 37%를 인수했다. 레노보는 향후 추가 매입을 통해 메디온의 지배권을 확보할 계획이다.
런던의 자문회사인 딜로직(Dealogic)은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유럽 기업에 대한 중국 기업의 투자액은 8억 5300만 달러에 불과했으나 2008년부터 2010년의 투자액은 무려 439억달러로, 유럽 118개 기업의 지배권이 중국 기업에게 넘어갔다고 밝혔다.
뉴욕 컨설팅회사 로디엄그룹(Rhodium Group)의 연구원 하네만(Hanemann)은 “지금부터 2020년까지 중국 기업의 해외 투자액이 1조 달러가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가 2009년 3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3분의 1 기업에서 유럽 국가에 투자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기업의 고위층은 “미국과 달리 EU 관계 기구는 유럽 기업을 인수하는 외자 기업에 대한 간섭이 심하지 않다”며 유럽 기업 선호 이유를 밝혔다.
브랜드 파워 및 뛰어난 전문성도 유럽 기업을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다.
중국 기업이 진출이 날로 확대되는 가운데 유럽에서는 이에 대한 찬반 의견이 분분하다. 기업들이 경영 자금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투자가 기업 정보 및 기술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정적인 견해가 지배적이다.
EU 집행위의 산업담당 집행위원 안토니오 타자니 (Antonio Tajani)는 “기술 유출이 염려된다”며 “미국의 해외투자위원회와 같은 역내 투자 및 거래를 제한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 것”을 주장했다.
유럽 무역 및 투자 전문 변호사 로렌트 루스만(Laurent Ruessmann)은 중국 기업에 “미국에서 성공한 기업이라도 유럽에서의 성공은 보장할 수 없다”며 “지명도가 높은 회사일 수록 신중하게 결정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아무리 유명한 기업이라 할지라도 코스트 절감 등과 같은 문제는 있기 마련”이라며 “외국계 기업, 특히 중국 기업에 대한 거부감이 강해 어려움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식품 업계의 주요 기업 중 하나인 광밍식품그룹(光明食品集團) 왕중난(王宗南) 회장은 이러한 경고에 대해 동감을 표했다.
왕 회장은 “최근 프랑스 유산균 음료 제조업체인 요플레(Yoplait) 지분 50% 인수를 추진했으나 미국의 제너럴 밀스(General Mills Inc.)에 밀렸다”고 밝혔다.
왕 회장은 “프랑스 정부가 미국 기업을 지지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