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리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김홍일 검사장)는 2일 오전 10시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김광수(54)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차관보급)에 대한 12시간가량의 조사를 마친 뒤 김 원장을 일단 귀가 조치 시켰다.
이날 김 원장은 조사 과정에서 혐의 내용을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검찰은 김 원장의 진술을 다른 관련자 진술과 비교해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3일 중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원장은 지난해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으로 있을 때 부산저축은행그룹으로부터 은행이 퇴출당하지 않도록 금융위에 영향력을 행사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4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그룹 관계자로부터 "김광수 위원에게 ‘금융위원회 쪽에 힘을 써달라’고 부탁하고 금품을 건넸다"는 일부 진술을 받아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김 원장이 2006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과 재정경제부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사무국장으로 재직하면서 저축은행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규제 완화 등의 특혜를 주고 2008년 금융위 금융서비스국장 재직 시절 부산저축은행의 대전·전주저축은행 인수를 도왔다는 의혹도 조사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부산저축은행그룹의 구명 로비에 연루된 의혹이 제기된 김종창(63) 전 금융감독원장을 이르면 3일 참고인으로 소환, 사실관계를 직접 확인할 방침이다.
김 전 원장은 지난해 평소 친분이 있는 은진수(50.구속) 전 감사원 감사위원을 통해 부산저축은행그룹에 대한 검사 강도와 제재 수준을 완화해달라는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은씨는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로비스트인 윤여성(56.구속)씨한테서 검사무마 청탁과 함께 자신과 친형 앞으로 모두 1억7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달 31일 구속됐다.
검찰은 김 전 원장이 부산저축은행에 투자한 부동산 신탁회사인 아시아신탁의 임원으로 재직했던 사실에 주목, 부산저축은행과의 유착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특히 김 전 원장이 금감원장에 취임하기 직전 모두 매각했다던 부인 명의의 이 회사 주식을 실제로는 서울대 동문인 사업가 박모씨에게 명의신탁해 차명 보유한 정황을 포착해 그 경위를 캐고 있다.
김 전 원장은 또 지난해 4월 감사원에 찾아가 부산저축은행 등에 대한 부실검사를 지적한 감사내용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고, 작년 2월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은행에 대한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의 공동검사 당시 검사를 1주일가량 중단시킨 것과 관련된 의혹도 제기돼 있다.
검찰은 김 전 원장을 상대로 금감원이 불법대출과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 조작 등 부산저축은행그룹의 비리를 검사 과정에서 파악하고도 묵인한 경위와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추궁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