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호 신드롬'은 지난 2003년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금융정책국장이던 변양호(현 보고펀드 대표)씨가 외환은행을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에 팔았다가, 2006년 검찰이 헐값매각 혐의로 변 전 국장을 기소한 데서 기인한다. 지난해 10월 대법원은 이 사건을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변 전 국장의 억울한 누명이 풀렸지만, 이 사건 이후 관료들이 중대한 정책 사안에 결정을 꺼리는 보신주의가 팽배해지는 등 신종 유행어로까지 회자되기에 이르렀다.
이번 저축은행 부실사태에 따른 검찰수사도 현직 고위 정책관료들이 개입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 당시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부산저축은행측으로부터 금품수수혐의를 받고 있는 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장은 지난 1일 여의도 자신의 금융위 사무실을 압수수색당한 데 이어 2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특히 김 원장도 당시 변 전 국장처럼 부처내에서 일찌감치 장관감이라는 찬사를 들을 정도로 촉망받는 관료라는 점에서도 비슷하다.
한 정부 관계자는 "당시 변 전 국장에 대한 검찰조사로 정부 내에서는 국가에 기여한다는 생각으로 업무에 임해 온 공무원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졌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회고했다.
'변양호 신드롬'이 우리사회에 가져온 상처는 무엇보다도 청렴성을 바탕으로 소신있고 올곧은 정책을 펴온 관료들에게 '복지부동'이라는 폐해를 잉태케 한 셈이다. 더욱이 '일할 수 있는 시간'이 불과 1년반밖에 남겨 놓지 않은 현 정부로서는 이번 사태가 자칫 관료들로 하여금 권력의 단맛만을 좇아 줄을 서게 하는 부작용을 낳게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는 배경이다.
또다른 공무원은 "이번 사태가 정권 실세들의 권력형 게이트로까지 비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마당에 누가 소신껏 일하려 들겠는가"라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여야 정치권이 이번 사태를 전·현 정권에 대한 책임공방으로 변질시키고 있어 또다른 공직자들이 유탄을 맞을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이미 이명박 대통령 후보의 BBK특검 당시 변호를 맡았던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은 억대의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됐고, 김종창 전 금감원장과 사의를 밝힌 김장원 부원장보에 대한 검찰수사도 임박했다.
한편으로는 서민들이 피땀흘려 번 돈을 정책 당국자의 무분별한 인허가권 남발로 잃게 됐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게 당연하다는 반론도 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외환은행 매각을 다뤘던 변 전 국장과 이번 저축은행 사태는 본질적으로 배경이 다르다"면서 "서민들의 애환이 걸렸던 문제는 좀 더 신중하게 정책을 추진했어야 옳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