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베르트 클루스 독일 농업장관은 31일(현지시간) 헝가리에서 열린 유럽연합(EU) 농업장관 회의에서 "독일은 스페인 오이가 원인이 아니라는 것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는 '킬러 박테리아'가 스페인에서 수입된 오이에서 나왔다고 했던 기존 주장을 뒤엎은 것이다.
하지만 스페인 오이가 이번 사태의 주범이라는 독일 측의 주장으로 유럽 각국은 이미 스페인 농산물 수입을 금지하는 등 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스페인 언론에 따르면 현재 독일 덴마크 체코 룩셈부르크 헝가리 스웨덴 벨기에 러시아가 스페인 오이의 수입을 금지했다. 러시아는 수입금지를 EU 전역으로 확대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이날 스페인산 오이와 토마토, 양상추 등에 대한 검사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더그 카라스 FDA 대변인은 "지난주부터 (스페인산 농산물) 검사가 강화됐다"며 "이번 사태의 원인에 대한 추가 정보가 나올 때까지 스페인 농산물 검사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 중단에 따른 스페인 농가의 피해는 급증하고 있으며 스페인 정부의 대응도 날로 강도를 더하고 있다.
스페인 농민들은 각국의 수입 금지 등으로 주당 농산물 판매 손실이 2억 유로(약 3800억원)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사 아길라르 스페인 농업장관은 "독일이 아무 증거도 없이 대장균 오염 책임을 스페인으로 돌림으로써 스페인 농업에 돌이킬 수 없는 이미지 손상을 줬다"고 비난했다.
그는 또 "이번 사태로 스페인 농업이 입은 막대한 손실을 보상하기 위해 특별 조치를 EU에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 갈등이 확산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자비에 베르트랑 프랑스 보건장관은 이날 프랑스2TV에서 독일과 스페인 정부에 이번 사태에 대한 정보를 완전히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EU 집행위원회는 이날 "오염원을 찾는 노력이 진행 중이며 예비결과도 이미 나왔다"며 "(현 단계에서) 특정 농산물 수입을 금지하는 것은 과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