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 등 정부 고위 인사의 저축은행 비리 사건 연루의혹이 확산되면서 앞서 저축은행 감사 과정에서 로비 등 외압이 있었음을 시사한 김황식 국무총리의 발언에 재차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총리는 지난 2월22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단 오찬에서 “감사원장으로 있을 때 저축은행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문제를 심각하게 생각해 감사에 들어갔더니 오만 군데서 압력이 들어오더라”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엿새 뒤인 28일에도 국회 답변을 통해 “감사원 감사를 어떤 의미로든 좀 완화해줬으면 좋겠다는 여러 가지 청탁이나 로비가 있었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감사원장 시절인 작년 1~4월 저축은행 등에 대한 감독당국 실태를 감사한 뒤, 5월 청와대에 저축은행의 부실 부동산 PF 대출 규모가 2조6000억원대라는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당시 감사에 참여했던 감사원 관계자는 31일 “금융위원회나 금감원 등에서 이런저런 전화가 걸려온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문제가 있는 부분은 금감원에서 처리할 테니 좀 도와 달라”는 취지였다고 한다.
저축은행은 민간기관이어서 감사원이 감사권을 갖고 있지 않다. 따라서 감사원은 이들에 대한 감독권을 가진 금감원을 상대로 감사를 벌일 수밖에 없는 상황. 이 과정에서 결국 저축은행과 유착관계에 있는 일부 금감원 직원들이 감사원을 대상으로 사실상의 ‘로비’ 활동을 벌였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김 총리도 “저축은행 부실 문제는 전적으로 금융감독당국의 책임이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여야 정치권에선 김 총리의 발언이 감사원장이었던 자신에게 로비 등이 있었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관련자 명단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또 일각에선 김 총리와 학연·지연 등으로 얽힌 저축은행 관계자들을 거론하기도 한다. 부산저축은행의 박연호 회장과 김양 부회장, 김민영 부산저축은행장 겸 부산2저축은행장 등은 김 총리와 같은 학교(광주일고) 출신이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감사원장에게 직접 로비를 한다는 건 기본적으로 말이 안 된다”며 “설령 김 총리가 로비에 응했다면 그런 사실을 국회에다 얘기했겠냐”고 반문했다.
한편 김 총리는 오는 6월2일 열리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자신의 ‘오만 군데’ 발언에 대해 직접 설명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