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경영에서 길을 찾다> 3·4세 경영 성공이 분수령

2011-05-3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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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하늘·김형욱·이규진 기자) 60~80년의 역사를 지난 한국의 주요기업들은 창업세대를 넘어 2세 경영체대도 마무리 단계다. 3~4세들이 속속 미래 경영의 주체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지난 인사에서 승진하며 본격적으로 경영에 나서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진작부터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진행해왔다.

효성 조현준 사장, 한진 조원태 전무, 한화 김동관 차장, GS건설 허윤홍 부장 등 3세들은 본격적인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LG와 두산은 3세를 넘어 4세 경영을 준비하고 있다. CJ·태광·애경 등은 이미 3세 경영체제를 다졌다.

다만 이들 차기 오너경영진들은 창업주와 2세 경영진과는 다른 문화 속에서 자랐다.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은 대구 삼성상회 한 쪽 벽에 종이 판지로 칸막이를 치고 잠을 자며 사업을 일으켰다. 정주영 현대 선대 회장 역시 500원짜리 지폐의 거북선 그림을 앞세워 선박을 수주했다. 정 회장은 쌀집 사원에서 시작했다.

2세들 역시 아직 창업주의 사업이 안착되기 이전이었기에 많은 역경을 헤쳐 나갔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볼모지였던 반도체 산업을 이끌었다.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도 ‘레몬’(불량품) 취급 받던 자동차 제품을 글로벌 최고 수준의 제품을 부양했다.

반면 이들 3세들은 풍족한 환경에서 ‘온실 속 화초’ 처럼 자랐다. 최고의 교육을 받았고, 기틀을 갖춘 조직에서 경영수업을 받았다. 하지만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경영 과 위기대처 능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현장’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낙하산 간부로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다보니 말단 현장, 시장의 움직임 등 바닥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훈련이 부족하다.

시장의 기본이 되는 중산층 서민의 삶과 괴리된 것도 이와 비슷하다. 2008년 정몽준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버스 기본요금을 아느냐는 질문에 ‘70’원이라고 답한 것이 대표적이 사례다. 소비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보니 이들의 호응을 받을 수 있는 제품을 기획하는 아이디어도 떨어진다. 과거 벤처IT 기업인 ‘e삼성’이 뿔뿔이 흩어진 것 역시 시장 트렌드와 시기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3세들의 경영도 속속 성과를 거두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은 지난 2005~2009년 기아차 대표이사를 맡으며 ‘디자인 기아’를 이끌었다. 그 결과 기아차는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최근에는 디자인 파워를 앞세워 일부 부문에서는 맏형 격인 현대차를 앞선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역시 LED·OLED 등 신사업 부문을 이끌어 궤도에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소니와의 합작을 이끌며 삼성이 LCD 1위에 오르는 기반을 마련한 것도 이 사장의 작품이다. 이 사장은 사실상 삼성전자를 넘어 그룹의 전반적인 경영을 아우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변방에 있던 면세점 사업을 회사의 주력으로 견인했다. 세계 최초로 루이뷔통의 공항내 면세점 입점을 이끌었다. 최근 김포공항 면세점에서도 알짜 상권을 확보했다. 최근 한복 출입제재와 관련해 사건이 일어난 당일 오후 당사자인 한복디자이너 이혜순 씨를 직접 찾아 사과하는 등 빠른 판단력과 진솔한 경영을 선보였다.

이서현 부사장의 제일모직도 디자인을 넘어 첨단소재 기업으로 변모를 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LG화학이 유일한 LCD 편광판 시장에 도전장을 내 기대 시장의 성과를 갖고 있다. OLED 등 신소재 사업에도 적극적으로 나선다. 이 부사장은 선대의 사업영역을 넘어 첨단미래 산업으로의 도전을 성공적으로 진행한 차기 오너경영진으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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