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 부동산대책 한 달 (2)> 발표를 위한 대책이었다

2011-05-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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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초기 과도한 규제 완화, 이후 쓸 수단 없었다”

(아주경제 유희석 경제)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오히려 시장을 혼란에 빠트리고 있다. 장기적인 목표나 원칙 없이 정치적 계산과 여론에 못 이겨 내놓은 억지 대책이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대책 발표 전에 부처간 또는 당정간 협의가 부족해, 발표된 정책 조차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면서 시장의 불신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차라리 정부가 대책을 발표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반응이다.

현 정부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추진한다는 보금자리주택도 허점투성이다. 부작용도 엄청나다. 주택 시장 침체의 주범이라는 오명도 얻었다. 정권이 집권 4년 차로 접어들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시장이 정부 대책에 아무런 기대도 반응도 하지 않는 것이다.

◆ 정책 남발, 효과 없어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표면상으로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권 초기 이전 정부에서 시행한 각종 규제를 푸는 것에서 시작해, 세계 금융 위기 이후에는 침체된 주택 시장을 살리기 위한 각종 대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현 정부가 들어선 지난 2008년 초부터 현재까지 발표된 크고 작은 부동산 관련 정책은 무려 30여개나 된다. 초기에는 급증하는 지방 미분양 주택을 줄이고,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건설업체를 지원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이어 전셋값이 본격적으로 급등하기 시작한 지난 2009년 하반기부터는 전·월세 시장 안정과 서민 주거 복지 확대라는 이름의 정책이 나오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서도 소형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1·13대책, 전세자금 지원 및 임대사업 활성화 유도가 목적인 2·11대책,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 부활 대신 취득세 50% 한시적 감면,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 대안을 제시한 3·22대책, 그리고 지난 1일 발표된 주택 거래를 늘리기 위해 세제를 완화해 주는 5·1대책 등이 줄줄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에도 부동산 시장은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 정책의 효과에 대한 논란만 계속되고, 시장은 침체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대학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명박 정부가 정권 초기 시장주의라는 깃발을 내걸고 집권하면서 이전 투기과열지구 해제, 재건축 규제 완화, 토지거래허가구역 대폭 해제 등의 직접적인 규제 수단은 물론,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완화 등 간접 규제 수단까지 조기에 모두 풀어버렸다”며 “이후 금융 위기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다시 침체됐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없어져 버렸다”고 지적했다.

◆ 시행되지 않는 정책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관련 기관과의 사전 합의나 구체적인 시행 방안이 확정되기 전 여론에 밀려 급하게 발표됐다는 점이다. 관계 부처간에는 물론이고 당정간 제대로 합의도 안 된 내용을 우선 저지르고 보자는 식으로 내보내고 있다. 이에 따라 주택 거래 활성화 대책이 나오기는 했지만 정작 시행은 되지 못하거나 구체적인 방안은 한참 지난 후에 진행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분양가 상한제 폐지다. 이명박 정부는 지난 2008년부터 분양가 상한제 폐지를 위해 노력했지만 아직까지 야당의 반대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이 폐지 대상을 ‘서울 강남3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서 ‘서울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으로 줄였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재개발·재건축 지역 만이라도 우선 풀어주자는 안을 내놨지만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지난 3월 발표됐던 취득세 감면 방안도 비슷한 경우다. 정부는 주택 거래를 늘리기 위해 취득세를 올해 말까지 50% 깎아주기로 했지만, 세수 감소를 염려한 지방자치단체 등은 크게 반발했다.

업계 관계자는 “취득세 감면 방안 등은 소통하지 못하는 정부의 중앙집권적이고 일방적인 대책의 일면을 보여준다”며 “정부의 부동산 대책 남발과 오락가락하는 행태는 시장에 혼란을 가중시켜 부동산 거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부작용을 발생시켰다”고 말했다.

◆ 원칙 없는 대책도 문제

정부는 지난 2008년 8·21대책(주택공급 기반 강화 및 건설경기 보완 방안), 10·21대책(건설부문 유동성 지원)과 2010년의 4·23대책(주택 미분양 해소 및 거래 활성화 방안) 등 침체된 건설 경기를 살리기 위한 대책을 계속 발표했다.

하지만 건설 산업의 위기는 더욱 커졌다. 민간 건설 경기에 치명적인 정책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08년 9월 19일 발표된 보금자리주택 150만 가구 공급 계획은 민간 주택 시장에 치명타를 가했다. 주변 아파트 시세의 최대 절반가량 저렴한 분양가로 수도권 최고 입지에 들어서는 주택에 수요자들의 눈높이가 맞춰지면서 민간 아파트가 외면 받은 것이다.

이 같은 부작용은 정부가 지난 2009년 8·27대책을 통해 보금자리주택 공급을 매년 3만 가구에서 8만 가구로 늘리고, 사전 예약 방식을 실시하면서 극에 달했다. 보금자리주택에 들어가기 위해 수요자들이 전·월세 시장에 눌러 앉으면서 전세난도 더욱 심해졌다.

DTI 규제도 마찬가지다. 가계 부채 증가를 우려한 정부는 지난 2009년 9월 DTI 규제를 수도권으로 확대하고, 같은 해 10월 말에는 제2 금융권까지로 적용 범위를 넓혔다. 이후 주택 거래가 크게 줄자 2010년 8월 29일 무주택 및 1가구 1주택자에 대해 DTI 규제를 일부 완화해준다. 하지만 이 조치를 지난 3월 22일 종료시키면서 주택 시장은 다시 침체의 늪에 빠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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