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3년이 지난 현재까지 BOA의 수익성과 주가는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BOA가 10년간 인수합병(M&A)에 쏟아부은 비용만 1000억 달러 이상이지만 결국 미국 정부로부터 45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받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잦은 경영진 교체와 인력 구조조정으로 조직 내 불신과 반목이 만연해졌다. '인수 후 통합(PMI)' 과정을 소홀히 여겼던 것이 화를 부른 것이다.
최근 산은금융지주가 우리금융지주 인수 의지를 공식화하면서 PMI가 국내 금융권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그 동안 수없이 많은 M&A가 성사됐지만 PMI에 실패한 기업은 여지없이 큰 손실을 입었다. 산은지주가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다.
◆ 인수 성공해도 PMI 성공 낙관 못해
산은지주는 우리금융 인수를 추진하면서 '대형 국책은행 출현', '재정자금으로 민영은행 인수' 등의 비판을 방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 산은지주와 우리금융이 합칠 경우 2~3년 내에 정부 지분율이 50%대로 떨어질 것이라며 인수 자체의 정당성을 홍보하는 데 급급한 모습이다.
그러나 인수 후 청사진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이 산은지주와 우리금융의 결합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인수 작업이 이제 막 시작된 만큼 PMI 성공 여부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산은지주의 우리금융 인수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PMI에 대해 언급하기는 이른 감이 있다”면서도 “당초 따로 민영화를 추진해야 하는 두 은행을 합칠 경우 인수 후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은지주가 인수 후에도 PMI 달성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근거는 △리더십 부재 △과장된 시너지 효과 △이질적인 조직문화 △노조의 반발 등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인수 논의 시작 단계부터 정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은 인수가 성사되더라도 계속 발목을 잡을 것”이라며 “전혀 다른 업무 영역과 조직문화를 가진 데다 각 은행 노조의 반발도 심해 통합 과정이 원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과거 PMI 사례서 교훈 찾아야
STX그룹은 지난 2007년 세계 최대 크루즈선 건조 업체인 노르웨이의 아커야즈(현 STX유럽) 지분을 1조4000억원을 투자해 인수했다. 국내 조선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M&A 사례였다.
그러나 아커야즈 노조가 인수에 반대한 데다 다른 유럽 국가들이 기술 유출을 우려해 협공을 펼치면서 한동안 경영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상황을 맞은 바 있다.
최대 주주가 됐다는 안도감에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뜨리고 PMI에 소홀했던 탓에 위기를 맞은 것이다.
산은지주가 우리금융 인수 후 ‘점령군’의 마인드로 접근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역풍을 증명하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 PC 생산 업체인 AST리서치 인수에 실패한 것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지난 1995년 삼성전자는 세계 PC 시장 점유율 6위였던 미국 AST리서치를 인수했다가 4년 만에 경영권을 포기했다. 삼성전자가 입은 손실은 15억 달러 수준이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독창적인 시스템을 보유하지 못해 근로자들을 효율적으로 이끌지 못한 것이 패인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또 대규모의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해 노조와 마찰을 빚었으며 인력 유출도 막지 못했다.
산은지주는 기업금융에 장점을 갖고 있지만 소매금융 역량은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당장 우리금융을 편입시킬 경우 효율적인 조직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다.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은 당분간 한 지주회사 내에 두 은행을 유지하는 ‘듀얼 뱅크’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장기간 지속될 수는 없다.
금융권에서는 하나금융지주가 PMI 성공을 통해 도약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하나금융은 서울·충청·보람은행과 대한투자증권 등 굵직한 금융회사들을 잇따라 인수하면서 국내를 대표하는 금융지주회사로 성장했다.
그 배경에는 적극적인 PMI 실행이 있었다. 하나금융은 인수 초기 통합추진위원회를 발빠르게 설치해 내부갈등 요소를 사전에 파악하고 정책에 반영되도록 노력했다.
전 직원이 참여하는 소통의 장을 마련해 조직의 비전을 공유하도록 했으며, 즐거운 직장 운동(Great Work Place) 운동을 전개하는 등 상이한 조직문화의 융화를 이뤄내는 데 성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