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시대 핵심100인]<19>양제츠 – 굴기외교 진두지휘한 외교의 달인

2011-05-3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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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 조용성 특파원) 경제력에서 미국과 함께 G2에 올라선 중국은 외교무대에서도 굴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 외교는 80년대 덩샤오핑(鄧小平)의 도광양회((韜光養晦, 빛을 감춰 밖으로 새지 않도록 하면서 은밀하게 힘을 기른다)에서 1990년대 장쩌민(江澤民)의 유소작위(有所作爲, 필요한 역할은 한다), 2000년대 들어서 후진타오 시대에는 화평굴기(和平屈起, 평화로운 굴기)로, 그리고 최근에는 돌돌핍인(咄咄逼人, 거침없이 상대방을 압박한다)의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지난해 보여준 중국의 외교는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랐으며, 세계를 놀라게 했고, 나아가 각 국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지난해 9월 센카쿠(尖閣) 열도 영유권 분쟁 때에는 희토류 수출 중단, 간첩혐의 일본인 억류 등 무차별 공세로 일본의 항복을 받아냈다. 12월 열린 중국의 반체제 인사 류샤오보(劉曉波)에 대한 노벨평화상 시상식은 반쪽행사로 만들었다. 세계를 상대로 시상식 보이콧을 요구한 중국은 17개국 100여 개 국제단체를 불참시켜 세를 과시했다.
이같은 외교적 굴기의 핵심에는 다이빙궈 국무위원이 위치해 있다. 그는 외사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으로 중국 외교가 서열1위의 인물이다. 그는 당내에서는 중앙위원, 국무원에서는 국무위원에 머물렀지만 중국 외교력이 강화된 만큼 내년 전국대표대회에서는 외교 서열1위는 당내 정치국위원에 국무원 부총리급으로 격상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다이빙궈는 연령제한에 걸려 내년 당대회에서 퇴진할 예정이다. 다이빙궈의 뒤를 이어 중국 외교를 진두지휘할 인물군 중 선두주자는 양제츠((楊潔지<兼대신虎들어간簾>) 외교부 부장이다. 그는 다이빙궈와 함께 지난해 중국의 외교적 굴기를 함께 이끌어낸 중국외교의 핵심이다.

◆중국 외교굴기 이끈 핵심인물

그는 부시 전 대통령 부자와 오랜기간 사적인 신뢰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전형적인 미국통으로 미중관계를 껄끄럽지 않게 잘 유지해 나갈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양제츠의 경쟁자로는 다자외교분야에서 최고의 실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는 왕광야(王光亞) 국무원 홍콩마카오판공실 주임과 일본통인 왕이(王毅) 중공중앙 타이완판공실 주임이 꼽히고 있다.

왕광야 주임은 10대원수로 군사위 부주석까지 올랐던 천이(陳毅)의 사위이자 외교부장을 지낸 차오관화(喬冠華)의 아들로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과 함께 태자당라인이다. 아프리카와 중동지역과의 관계강화를 꾀하고 있는 현실에서 다자외교의 달인이라는 점도 강점이다.

첸자둥(錢嘉東) 전 제네바 주재 중국 대사의 사위인 왕이는 대만판공실 주임으로서 중국과 대만과의 관계개선에 공이 있다.

이에 비해 양제츠는 명실공히 미국전문가로 2008년 외교부 부장에 임명된 이후 G2로서의 외교역량을 충분히 발휘해낸 점이 강점이다. 후진타오 주석의 깊은 신뢰도 그의 행보에 무게감을 더하고 있다.

◆자타가 인정하는 중국 최고의 미국통

지난 1월 미국 오바마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간의 미중 정상회담은 그의 재임기간 중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다.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방문은 지난 1997년 장쩌민 주석의 국빈방문 이후 14년만에 이뤄지는 만큼 의미가 컸다. 그는 직접 물밑협상을 벌였으며, 정상회담 기간 내내 적극적으로 후 주석을 보좌했다.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2주전 양제츠는 미국으로 건너가 오바마 대통령을 면담했으며 힐러리 국무장관과 외무장관 회담을 갖고 정상회담 의제를 조율했다.

1월18일 미국 워싱턴에 도착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첫 공식일정은 백악관 올드 패밀리 다이닝룸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조촐한 저녁식사를 함께하는 것이었다. 미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 힐러리 국무장관, 톰 도닐런 국가안보 보좌관이 배석했고, 중국측에서는 후 주석과 다이빙궈 국무장관, 양제츠 외교부장이 참석했다.

양제츠는 당시 외교부 홈페이지를 통해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미국 국빈방문을 계기로 양국 사이의 협력 동반자 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고 자평했다.



◆왕광야와 기숙사 함께쓴 죽마고우

1950년 5월 상하이에서 태어난 그의 이름은 고대 중국어에 조예가 깊은 친척어른이 지어준 것이다. 양제츠 이름 마지막자에 있는 호(虎)자는 호랑이해에 태어난 양제츠를 평생 따라다니게 된다. ‘츠’는 피리같이 생긴 대나무 관을 불어 연주하는 중국의 고대악기다.

1970년대 초 핑퐁외교 바람을 타고 외국어 능통자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자 저우언라이 전 총리는 베이징, 난징, 상하이 등에 흩어져 있는 외국어학교 학생들을 외교부에 소집해 통번역 인재로 양성하도록 했다. 당시 상하이 외국어학원 부속중학교를 다니던 양제츠는 베이징으로 올라오게 된다. 현재의 라이벌인 왕광야는 상하이 부속중 시절 양제츠와 기숙사에서 한방을 쓸 정도로 각별한 사이다. 그들은 이후 1973년 나란히 영국 런던으로 유학까지 가게 된다.

당시 영국으로 유학가게 된 학생중 상하이에서 온 러아이메이(樂愛妹)는 훗날 양제츠의 아내가 된다. 1975년 귀국한 양제츠는 외교부 번역실 영문처에서 11년동안 근무하게 된다.

양제츠는 1970년말부터 덩샤오핑의 수행통역을 담당했다. 양 부부장은 1977년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이 가족들 20명과 함께 중국에 여행을 왔을때 그의 전 일정을 수행하며 통역을 한 것이 계기가 돼 그 이후 20여년간 부시 일가와 교분을 맺어왔다. 아버지 부시는 그의 이름에 ‘호(虎)’자가 들어가 있는 것을 보고 ‘타이거 양(Tiger Yang)’이라는 별호를 지어줬다.

당시 함께 통역을 맡았으며 10년후 주미대사가 된 리제밍(李潔明)은 “부시 일가는 모두 양제츠를 좋아했다”고 평했다. 싱가포르 연합조보 역시 “만일 두명의 부시대통령이 중국에 우호적인 감정이 있다면 그것은 양제츠의 공이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이난다오 전투기 갈등 풀어내다

1993년 주미 중국대사관 공사에 부임돼 2년여간 미국에서 근무했으며, 1995년 귀국해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급)에 오른다.

2000년 국무원은 리자오싱(李肇星) 당시 주미대사를 외교부 부부장으로 임명했고, 이듬해 2월 양제츠를 신임 주미대사에 앉혔다. 그해 4월 미 해군 정찰기가 하이난다오(海南島) 상공에서 중국 전투기와 충돌한 사건이 발생했다. 미국은 중국에 책임을 떠넘기며 억류된 미군 24명을 즉각 석방할 것을 요구했다. 양국 관계는 급속히 악화됐다.

양제츠는 미국 국무원과 의회, 대사관을 하루 4-5차례씩 오가며 중국측 입장을 설명했다. 그는 CNN 등 미국 TV 방송에 두 차례 출연해 “자동차 사고가 나서 한 쪽은 사람이 크게 다치고 다른 한쪽은 차만 부서졌다면 어느 쪽이 먼저 사과하겠느냐”라고 주장했다. 미국 일상생활의 논리를 활용한 그의 비유는 미국 정부가 사과해야 한다는 미국 국내 여론을 20%에서 단박에 50%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양국의 비행기 충돌로 미국 정찰기는 무사히 안착했지만 중국 전투기는 추락하고 조종사가 실종한 점을 부각해 상대방 국민의 공감을 얻어낸 것이다.

그는 2005년 본국으로 돌아와 외교부 부부장에 올랐다. 당시 5명의 부부장 중 최연소였다. 이후 2007년에는 전임자인 리자오싱에 이어 외교부 부장에 임명된다.

양 부부장은 2002년 4월 미국을 방문한 후진타오(胡錦濤) 당시 부주석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으며, 2007년의 인사에서도 후 주석이 적극 양 부부장을 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를 지탱하는 건 테니스라켓”

양제츠는 당시 57세로 36년만에 탄생한 중국 최연소 외교부장이었다. 당시 인사는 중국정부가 중미관계를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2007년 당시 한 외교소식통은 양 부부장을 빈틈없는 협상가이자 능숙한 외교관으로 평가하면서도 “이번 승진에서 단 한가지 문제는 그의 건강 문제”라고 짚었다. 그는 지난해 후 주석 방미 준비 기간에 심장마비와 혈관우회로 수술을 치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9년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그는 “외교부장으로 격무를 처리하고 있는 것은 오로지 테니스라켓에 의지하고 있다. 테니스를 치기 때문에 건강을 유지할 수 있으며 충분한 에너지로 외교무대에 설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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