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위원장은 22일 저녁 8시께 양저우에 도착했으며 영빈관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이날 저녁에 장쩌민 전 주석과의 회동이 이뤄졌을 가능성도 있으며, 23일 저녁에 회동이 이뤄질 것이라는 설도 있다. 아직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베이징 외교가에서는 김 위원장과 장 전 주석의 만남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장 전 주석은 양저우가 고향이며, 1991년 이곳에서 김일성 전 주석을 만난 적이 있다. 김정일 위원장이 창춘(長春)에서 양저우까지 2000여㎞를 달려 온 것은 장 전 주석을 만나기 위한 것이라는 관측.
장 전 주석은 2002년 10월 공산당 총서기직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에게 물려줬으며, 이후 2005년 3월에 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마저 후 주석에게 넘겨주며 정계에서 물러난 명실공히 중국 최고의 국가원로다. 하지만 그 영향력은 아직도 유지되고 있으며 여전히 후 주석에 맞먹는 권력을 지니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특히 장 전 주석은 상하이방의 정점에 위치해 있으며 아직도 상하이방은 9인으로 구성되는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에 5명을 포진시키고 있다. 또한 쩡칭홍(曾慶紅) 전 국가부주석과 함께 시진핑(習近平) 국가부주석을 차기 총서기 자리로 내정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차기 지도부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이다.
김정일 위원장으로서는 장 전 주석을 만나 전통적인 양국의 우의를 다지면서 ‘중국 최고 원로도 북한을 지지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 또한 정계에 영향력이 큰 장 전 주석을 통해 더 많은 대북지원을 이끌어내려는 의도도 엿볼 수 있다. 특히 중국 군부에 장 전 주석을 따르는 인물들이 많다는 점에서 대북 무기지원도 화제로 다뤄질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김정일 위원장은 2000년, 2001년, 2004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에 당시 현직이었던 장쩌민 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고, 후진타오 주석 시절인 2006년 방중했을 때 광저우(廣州)에서 별도로 만날 정도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오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이 양저우 시내 장 전 주석의 생가를 방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한편 김정일 위원장의 다음 행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가장 유력한 방문후보지는 양저우에서 270㎞ 떨어진 중국의 경제수도 상하이(上海)다. 이미 상하이의 양대 영빈관인 푸시(浦西)지역의 시자오빈관(西郊賓館)과 푸둥(浦東)지역의 동자오빈관(東郊賓館) 주위와 상하이역 주변에는 삼엄한 경계가 시작됐으며 이들 호텔에 대한 예약도 이뤄지지 않고 있어 김 위원장의 다음 행선지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아졌다.
상하이는 김 위원장이 지난 2001년 1월 방문, 푸둥지역 등을 둘러본 뒤 “천지개벽했다”는 감탄사로 중국식 개혁개방에 놀라움을 표시한 곳으로 10년 만의 변화를 또다시 확인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