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은 23일(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트래퍼드에서 열린 블랙풀과의 2010-2011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38라운드 최종전에서 전반 21분 선제골을 터뜨리고 후반 17분 안데르손의 동점골을 도우며 팀의 4-2 대승에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14일 블랙번과의 37라운드 원정경기(1-1 무승부)에서 결장한 채 관중석에서 통산 19번째 우승을 지켜봤던 아쉬움을 단번에 날려버리는 활약이었다.
박지성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대비해 이날 최종전에도 빠질 것이라는 일부 예상과 달리 왼쪽 날개로 선발 출전, 정면과 측면, 전후방을 오가며 몸을 사리지 않고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날 경기 결과에 따라 강등 여부가 결정되는 블랙풀의 강한 초반 공세에도 침착하고 날카로운 패스로 경기를 조율했고 전반 21분에는 수비수와 골키퍼의 육탄공세를 피해 감각적으로 올려 찬 왼발슈팅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전반 40분 찰리 아담의 프리킥 슛과 후반 12분 게리 타일러 플레처의 정면 오른발 슛을 허용해 1-2로 끌려가던 후반 17분에는 왼쪽 측면에서 낮고 빠른 패스로 안데르손의 추가 골을 도와 승부를 2-2 원점으로 돌렸다.
올 시즌 8호 골과 6호 도움을 신고한 박지성은 총 14개의 공격포인트를 작성, 지난해 이청용이 기록했던 한국인 프리미어리그 최다 공격포인트 13개(5골 8도움)를 뛰어넘으며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역사를 새로 썼다.
올 시즌 순탄치만은 않은 과정을 걸어온 박지성은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기량을 마음껏 펼친 뒤 동료와 함께 우승 메달을 목에 걸고 ‘우리는 챔피언’ 노래를 부르며 승리를 자축했다.
지난 1월 아시안컵을 마지막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하며 소속팀에 전념하려던 박지성은 팀 훈련 도중 허벅지 근육을 다쳐 4월 초에야 팀에 복귀하는 등 쉽지만은 않은 길을 걸었다.
하지만 지난 9일 ‘라이벌’ 첼시와의 36라운드 홈경기(2-1 맨유 승)에서 하비에르 에르난데스의 선제골을 돕는 등 결정적인 경기 때마다 득점포와 도움을 올리며 남은 기간 맹활약해 소속팀의 프리미어리그 정상 탈환에 이바지했다.
이날 안데르손의 추가 골을 도운 직후 마이클 오언과 교체돼 나온 박지성은 오는 29일 FC바르셀로나(스페인)와의 챔피언스리그 결승 활약에 대한 전망도 밝혔다.
지난 9일 첼시와의 36라운드 경기 이후 14일 만에 경기에 나섰으면서도 가벼운 몸놀림과 절정의 골감각을 과시하며 챔스리그 결승에 앞서 주전 선수들의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려는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기대에 100% 이상 화답했다.
한국인 프리미어리거의 ‘산 역사’인 박지성이 정규리그 최종전의 상승세를 챔스리그 결승에도 이어가 또 다른 역사를 써내려갈 준비를 하고 있다.
박지성은 맨유 유니폼을 입은 후 최고의 성적표를 받아들어 재계약 가능성도 한결 커졌다.
2005년 7월 맨유에 입단한 박지성은 2009년 9월 계약 기간을 2년 연장해 2012년 6월까지 맨유에서 뛰게 돼 있다.
맨유는 파트리스 에브라와 마이클 캐릭, 대런 플레처 등 주요 선수들과 계약을 연장하면서도 계약 만료 기간을 1년 앞둔 박지성과는 재계약 협상을 진행하지 않아 시즌 후 물갈이 계획과 맞물려 ‘이적설’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박지성이 30대의 적지 않은 나이에도 ‘승리 수호신’으로 거듭나면서 재계약은 떼어 놓은 당상이 됐다.
종전에 연봉 360만파운드(한화 65억원) 안팎을 받았던 박지성이 어느 정도 몸값이 상승할지가 더 큰 관심사가 되는 분위기다.
박지성이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더블 우승’의 주역으로 우뚝 서며 ‘연봉 대박’까지 터뜨릴지 주목된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