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의 복귀작 ‘아리랑’으로 제64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공식부문인 주목할 만한 시선의 대상인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받으면서다.
그는 데뷔작 ‘악어’(1996)부터 ‘비몽’(2008)까지 15편의 영화를 만들며 각종 국제영화제를 석권한 국내를 대표할 만한 감독이었다.
인간의 은밀한 욕망을 밀도 깊게 그린다는 상찬과 여성을 남성의 시각에서 도구화한다는 악평 사이를 오갔지만 그는 거의 매년 1편씩을 꾸준히 만들어온 ‘왕성한 창작자’였다.
국제적 지명도가 높아지자 3대 영화제의 최고봉인 칸 영화제와도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2005년에는 ‘활’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으며 2007년에는 ‘숨’으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칸 영화제 수상은 시간문제인 듯 보였다.
하지만 악재가 찾아오면서 모든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영화 ‘비몽’을 찍으면서 주연 여배우가 숨질 뻔한 사고가 발생한 데다 그가 시나리오를 쓰고 제자인 장훈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영화다’를 놓고는 배급사와 소송 전을 벌이며 구설에 올랐다.
김 감독은 외부와 연락을 두절한 채 칩거에 들어갔다. 작년 연말에는 장훈 감독이 메이저 영화사와 계약하면서 그를 배신했다는 이야기가 나돌기도 했으며 급기야 김기덕이 폐인이 됐다는 뜬소문까지 번지기도 했다.
인터넷을 통해 논란이 일자 김기덕 감독은 “더 이상 장훈 감독의 마음에 상처 주는 말과 그가 하는 영화 일에 지장이 생기지 않기를 간곡히 부탁한다”는 내용의 해명자료를 내기도 했다.
김 감독은 일체 언론과의 접촉을 금하고 그간의 심경을 담은 영화 ‘아리랑’을 칸 영화제를 통해 공개했다. 그리고 한국영화로는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에 이어 두번째로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으며 화려한 부활포를 쏘아올렸다.
김 감독은 자신의 부활을 자축하듯, 21일(현지시간) 주목할 만한 시선상 수상소감에서 ‘아리랑’을 불렀다. 김 감독의 마음고생과 회한을 담은 아리랑은 칸 영화제 공식 상영관인 드뷔시관에 울려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