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담보대출로 생활비 융통…가계부채 ‘심각’

2011-05-19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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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서울시 은평구에 거주하는 김상호(가명, 65) 씨는 최근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하지만 창업자금이 부족해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 신용도나 재직 상태와 관계없이 담보물인 부동산만 보고 대출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를 택했다.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하는 가운데 주택 구입의 용도보다 사실상 생활비, 창업자금 마련 등을 위해 대출을 받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타 대출보다 금리가 낮은 데다 부동산 가치만으로 대출심사를 하므로 은행권 문턱이 낮아서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436조6000억원으로 통계가 편제된 이래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주택담보대출은 292조3014억원으로 사상 최초로 290조원을 돌파했다.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액은 올해 1월 7970억원, 2월 1조7970억원, 3월 2조1090억원, 4월 2조3900억원으로 가파르게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특히 3월과 4월 두 달 간 각각 2조원 이상 늘면서 주택담보대출은 전년 말보다 무려 7조원 이상 증가했다.

반면 실제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달 오히려 줄어들었다.

국토해양부 등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아파트 거래량은 5만 5586건으로 한달 새 3500여건이 감소하면서 하락세로 전환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계약일 기준)만 보더라도 1월 7324건, 2월 5780건, 3월 3372건으로 급격히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주택담보대출금이 사실 주택구입 용도보다 생계자금, 창업자금 등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산은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부채를 보유한 가구의 대출금 중 30.4%가 주택마련자금, 20.5%는 창업 및 사업자금 조달이었으며 생활비와 교육비 및 전세금 마련 순으로 조사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의 박덕배 연구위원은 "사실상 주택담보대출금은 생활비나 사업자금 등 주택구입 용도 이외의 소비에 많이 쓰이고 있다"며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 기간동안 아마 주택담보대출이 더 늘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원금 상환이다.

최근 한은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원금상환 없이 이자만 납입하는 대출 비율이 78.4%에 달했다. 또 원금분할상환대출 중 거치기간 만료를 앞두고 거치기간을 연장하거나 기존대출을 중도상환한 후 재취급하는 방식으로 원금상환을 회피하는 대출이 36%에 이른다.

4월부터 이사 수요가 줄면서 부동산 시장이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들었다는 전망이 팽배한 가운데 은행권의 적극적인 대출영업 행태, 금리 인상 등이 맞물리면 가계 부채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

소비자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가운데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다음달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신규 대출 수요는 감소하겠지만 기존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은 더욱 높아진다.

박 연구위원은 "대출금 만기 도래 시 금융기관에 장기 원금분할상환 혹은 고정금리 대출로 바꿔서 원금도 조금씩 갚게끔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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