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방망이 처벌이 농협 비리 부추겨

2011-05-12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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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금융 전산망 해킹사건과 본부 영업부 직원이 수십억원의 고객돈을 횡령한 사건으로 사상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농협중앙회 전경

(아주경제 송정훈·김선국 기자) 고객돈 수십억원을 빼돌려 주식투자를 했다가 수억원을 날린 사건이 발생한 농협에서 이같은 횡령사건이 빈발하는 이유는 관련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농협은 횡령 등 그동안 발생한 비리사건과 관련해 핵심 관련자만 처벌할 뿐 관리책임자들에 대해서는 견책이나 감봉 등 비교적 가벼운 처벌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농협 본부는 물론 각 영업점 간부들의 부하직원 관리가 허술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이번 사건은 6000여개 농협단위조합 위주의 비리·횡령사건과는 다르게 농협중앙회 본부 영업점에서 일어나 소비자들의 충격은 더욱 커지고 있다.

◇횡령사건, 말단은 중징계·관리자는 경징계

내부 직원들에 의해 매년 수차례, 수백억원을 횡령사건이 발생하는데도 농협의 조치는 고작 견책이나 감봉 정도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부산 구포지점 황령사건 처리 결과를 보면 농협이 비위사건에 대한 관리책임자의 처벌 수위가 어떤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사건은 구포지점 한 직원이 2008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3년6개월여에 걸쳐 79억원의 고객돈을 빼돌린 사건이다. 농협은 당시 횡령사고를 적발한 뒤 곧바로 관련자들을 대기발령 조치하는 등 신속하게 대처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농협은 공모자를 찾기 보다는 단순 개인비리로 취급 사건을 조기에 종결했다. 이후 주위의 반발이 거세지자 재수사를 벌였고, 이에 따라 관련자가 14명으로 늘었다.

이들에 대한 처벌은 해직 2명, 감봉2명, 정직9명, 견책1명에 그쳤다. 해직된 2명은 사건당사자인 차모 주임과 직속상관인 하모 차장이었다. 이외에 정직은 해당지점에 사건 발생기간 근무한 최모 팀장, 김모 차장, 차모 차장, 서모 팀장, 김모 팀장, 이모 지점장, 엄모 지점장, 김모 지점장, 유모 지점장 총 9명이고, 감봉은 주모 팀장, 채모 지점장 2명이었다. 견책은 김모 차장 1명. 해당 지점 최상급자인 지점장은 기껏해봐야 정직, 감봉 뿐이었다.

같은해 경기 군포시지부에서 11억3600만원의 시재금을 횡령한 사건도 해직은 사건 당사자인 이모 대리 1명 뿐이었다. 이외에 정직은 유모 과장, 김모 차장, 김모 소장, 최모 지점장, 김모 부지부장 총 5명이고 감봉은 이모 지점장과 장모 지부장 2명이었다. 견책은 비교적 관련여부가 크지않은 박모 대리와 채모 지부장 이었다. 이 사건에서도 관리자들은 약한 처벌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 2009년에 일어난 경기 원천동 지점에서 31억8700만원의 대출금을 횡령한 사건의 경우, 당사자인 강모 대리 한명만 해직당했다. 32억여원의 엄청난 금액이 횡령됐는데도 강 대리외에 처벌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같은 솜방망이 처벌에 대해 전문가들은 강력한 관리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금융 전문가는 “사고자는 몰론 관리자에게도 재산조사를 통해 가압류 조치 및 재산 몰수 등 강력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며 ”횡령후 퇴직자에 대해서도 세밀한 재산 조사를 통해 미회수 금액을 빠른 시일 내에 회수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건을 맡은 금융감독원과 검찰 관계자는 "농협 횡령 사건의 경우 단 하루 만이라도 지점 내 시재조사(현금잔액과 서류를 대조)를 하면 막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비상근 회장과 단위조합장 선거도 문제

농협이 쓰는 한해 예산은 4조6000억원 가량이고 비상근 농협회장의 연봉은 2억원 넘는다. 또 회장이 되면 1만7000여명 임직원의 인사권 등 엄청난 권력을 손에 쥐게 된다. 단위조합장이 되기 위해선 조직폭력배를 동원하기도 하고, 수억원의 로비도 서슴치 않는다.

최원병 농협중앙회 회장은 사상 최대 금융전산망 해킹 및 이번 횡령사건에 대해 "나는 비상근이라서 책임이 없다"고 밝혔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이같은 비상근 회장 체제는 회장의 권한은 그대로 둔 채 법적인 책임만 면제해주는 제도"라며 불만을 터트렸다.

농협중앙회 고위관계자도 "최 회장은 비상근이지만 거의 매일 농협중앙회 본점에 출근해 주요 업무를 보고 받고 있다"며 "1만7000여명 임직원의 인사권을 가지고 있어 누구든 반기를 들 수가 없다"고 호소했다.

전국 농협 조합장들의 직선으로 선출되는 농협중앙회 회장은 원래 상근직이었지만 역대 농협 회장들이 비리 혐의로 구속된 사례를 미뤄 비상근직으로 제도를 수정했다.

아울러 단위별 조합장이 되기위해 조직폭력배를 동원했다거나 수억원의 로비를 벌인 사건이 심심치 않게 드러나고 있다. 실제 지난해 경남 밀양의 한 조합장으로 당선된 강모(50) 씨 등 2명은 선거과정에서 수억원의 금품을 건네고 폭력을 청부하다 적발됐다.

이처럼 이를 악물고 조합장이 되려는 이유는 따로있다. 일단 조합장이 되면 자신의 급여를 1억원 가까이 올릴 수 있고, 본점 및 지점 신축 등 각종 사업과 관련해 다양한 리베이트를 챙길수 있기 때문이다.

농협 관계자는 "중앙회장이 왕이면 조합장들은 왕자"라며 "이같은 권력을 쥐게되면 횡령·배임 등의 사건이 터지더라도 자체 감사는 이뤄지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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