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사한 꾀로 남을 속여 희롱함을 이르는 말이다.
중국 송나라 때 저공(狙公)의 고사다. 먹이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씩 주겠다는 말에는 원숭이들이 적다고 화를 내더니 아침에 4개, 저녁에 3개씩 주겠다는 말에는 좋아했다는 데서 유래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 사이에서도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진다. 이러다 보니, 머리에 쏙쏙 들어올 만큼 이해가 잘 되는 고사 중의 하나로 꼽힌다.
작금 우리나라 방송통신위원회가 머리를 쥐어짜내 이달 중으로 내놓고자 하는 통신비 인하대책이 이 모양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소비자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인하효과는 거의 없을 것으로 조심스레 점쳐진다.
요금 기본료 인하, 가입비의 단계적 폐지 등의 '알맹이'는 쏙 빠졌다. 이는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단체들이 꾸준히 요구했던 내용이다.
대신 이미 얘기된 단말기 출고가 현실화, 블랙리스트 제도 도입 등을 내놓아 소비자를 달래보려고 한다.
하지만 요즘 소비자들은 똑똑하다 못해 영악하다.
방통위의 속내를 손바닥 손금 보듯이 잘 들여다볼 줄 아는 수준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쥔 방통위가 왜 요금 인하에 선뜻 나서지 못할까.
소비자들의 생각은 이렇다.
"감독권자인 방통위가 오히려 KT·SK텔레콤·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눈치를 너무 살핀다."
특히 정부 조직개편 전 자기네 수장이기도 했던 이석채 KT 회장은 며칠 전 "무조건적인 통신비 인하는 통신사들의 미래 투자를 막는다"며 방통위를 향해 일침을 가했다.
이 발언으로 방통위의 입장이 더욱 난처해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물론 이동통신사들의 입장도 일견 이해된다.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등 차세대 네트워크 투자가 시작된 상황에서 요금 인하는 이동통신사들에게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가 제때 안 이뤄지면 통신서비스의 질이 뚝 떨어질 수 있다는 게 이동통신사들이 줄곧 주장하는 바다.
방통위가 이동통신사들의 이런 입장을 먼저 들어주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비자들의 이해를 구하는 일이었다.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예전 피처폰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서비스를 스마트폰에서 즐기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때문에 통신비 부담은 예전보다 많게는 갑절이나 늘어났다.
하지만 경제학적 측면에서 봤을 때, 소비자들이 누리는 후생은 추가비용 부담 폭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경제전문가들의 주장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스마트폰 이용자들도 그다지 큰 반대논리를 펴지 않고 있다고 한다.
방통위가 놓치는 부분이다. 이를 가지고 소비자들을 설득해야 한다. 얕은 수로는 안 된다. 차라리 정공법을 택해야 한다.
그게 요즘 말하는 '소통(疏通)'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