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장조사기관인 IIT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2차전지 시장 규모는 14조7000억원이다. 4년 후인 2014년에는 대중화로 5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모바일 기기의 대중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전기차 시대도 개막되면서 2차전지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삼성SDI는 소형전지 부문에서 명실상부한 1위를 달리고 있다. LG화학은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경쟁사와의 격차를 2년 이상 벌이며 압도적인 선두를 지키고 있다.
특히 이들 양사는 상대방이 강점을 보이는 시장에서도 본격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어깨를 맞추고 있다.
여기에 더욱 긍정적인 부문은 기존 한국의 전자.화학 산업과는 달리 장비 및 소재 등에 대한 자체개발 비중이 높다.
반도체를 비롯한 한국의 주요 산업은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지만 이 제품을 만드는 장비는 일본.독일 등 선진국에 의존했다. 소재와 부품 역시 대부분 해외에서 충당했다.
반면 2차전기 부문은 시장 초기부터 국내기업들이 국산화 노력을 한 결과 제품 생산에 필요한 대부분의 기술과 요소를 국내에서 해결하고 있다.
2차전지업계 관계자는 “장비 부분은 대외비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지만 대략 90% 가까이를 자체개발한다”며 “설계에서부터 배터리 기업들이 직접 관여하기 때문에 해외 장비를 구입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소재 부문도 국산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미 2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전해액과 양극재는 국산화 비율이 각각 86%, 70%에 달한다.
다만 분리막 25%, 음극재 1%로 다소 비중이 떨어지는 부문도 있다. 하지만 최근 주요 대기업들이 소재를 생산하는 기업들과 협력을 통해 소재 개발에 나서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포스코켐텍, 엘엔에프 등 다양한 기업들이 소재 부문에 투자를 강화한다.
기존 한국 대표 제품들과는 달리 제품에서 장비 소재에 이르기까지 한국은 명실상부한 2차전지 선도국가로 인정받게 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삼성SDI와 LG화학의 경쟁 역시 치열해지고 있다. 먼저 삼성SDI는 뒤처진 전기차 부문에서 LG화학을 추월하겠다는 각오다.
독일 ‘보쉬’와 합작사 ‘SB리모티브’를 설립한 것 역시 보쉬의 자동차 시장 노하우 등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포석이다. 최근에는 울산공장에 1분당 2차전지 300개를 생산하는 초고속 라인을 본격적으로 가동하며 생산혁신도 이뤘다.
LG화학 역시 2차전지 1위 도약에 나선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커지고 있는만큼 이를 활용한다는 생각이다. 최근 충북 오창에 2공장을 준공하기도 전에 3공장 건설 계획을 밝힌 것 역시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후방산업의 국산화는 물론 기술 선진화, 시장 지배력 등 2차전지와 관련한 모든 부문에서 한국은 일본을 크게 따돌렸다”며 “재계 맞수인 삼성과 LG의 경쟁이 벌어지면서 한국 2차전지 산업이 더욱 깊게 뿌리를 박고 넓게 확장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