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는 5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정례 금융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 1.25%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ECB는 매년 2차례 본부가 있는 독일 프랑크푸르트가 아닌 유럽 내 다른 지역에서 정례 금융통화정책 회의를 연다.
이번 금리 동결은 시장의 예상과 일치하는 것이다.
ECB는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10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 이듬해 5월까지 7차례에 걸쳐 금리를 3.25%포인트나 낮춘 뒤 23개월간 금리를 1%로 유지하다가 33개월 만에 처음으로 지난달 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영국, 일본 등 세계 4대 주요지역의 중앙은행 중 금리를 올린 곳은 ECB가 처음이었다.
전문가들은 ECB가 다음 달까지는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나 최근 유로존의 물가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ECB 내의 기류가 바뀔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경제학자 76명 중 ECB가 이번달 회의에서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사람은 단 1명도 없었고, 2·4분기 중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응답자도 17명에 불과했다. 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 44명은 ECB가 7월에 기준금리를 0.25% 올릴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유로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 12월 2.2%를 시작으로 지난달 2.8%까지 5개월 연속으로 ECB 목표치(2.0% 이하)를 훌쩍 뛰어넘으면서 ECB가 강경 대응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위험에 대해 ‘강한 경계’가 필요하다는 표현을 사용할 경우 ECB가 이르면 내달 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다는 신호로 간주될 수 있다.
ECB가 분기에 0.25%포인트씩 올리는 단계적 인상으로 기준금리를 올해 연말에 1.75%, 내년 하반기에는 2.5%까지 올릴 것이라는 예측이 일반적이지만, 유럽 각국의 재정위기보다 물가가 더 심각하다는 판단을 내릴 경우 인상 속도를 높여 연말에 기준금리가 2.0%에 도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날 프랑크푸르트 외환시장에서 유로화는 트리셰 총재가 신속한 금리 인상을 시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미국 달러화에 대해 18개월 만에 최고치에 근접한 유로당 1.4833달러에 거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