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금감원은 내부 직원을 감사로 추천하는 `금융회사 감사추천제‘를 실시해왔으며 금융회사들도 이들의 전문성을 활용한다는 이유로 전직 금감원 출신의 감사 선임에 적극 나서왔다.
이에 따라 금융권의 ’낙하산 감사‘는 금융권에 만연했던 게 사실이다.
실제로 은행권의 경우 신한은행은 금감원 비은행감독국장인 원우종 감사가 임기 만료됐으며 주총에서는 다시 이석근 부원장보를 선임감사로 결정했다.
국민은행에서는 박동순 전 거시감독국 국장과 정용화 전 부원장보가 감사직을 수행하고 있으며 하나은행에서는 조선호 전 총괄조정국장과 김영기 전 총무국장이 감사로 취업했다.
씨티은행에는 김종건 전 리스크검사지원국장이 선임됐으며 SC제일은행은 고영준 전 국제감독지원실장, 부산은행은 정민주 전 기획조정국장, 대구은행은 정창모 전 북경사무소장, 전북은행에서는 박병명 전 보험감독국장이 감사직을 수행 중이다.
특히 씨티은행의 경우 김종건 감사 영입을 위해 공직자윤리법에 제한된 정기주총 대신 임시주총을 한차례 더 여는 사례도 발생했다. 이러다보니 시중은행에서 금융감독권 출신이 아닌 감사는 우리은행이 거의 유일하다. 하지만 사실상 예금보험공사가 대주주인 우리은행의 경우 예보의 감사기관인 감사원 김용우 전 제2사무차장이 감사로 선임돼 있어 결국 전관예우의 논란에서는 벗어나지 못한 모양새다.
카드사의 경우에도 신한카드의 남인 전 총무국장을 비롯, KB국민카드의 서문용채 전 기획조정국장, 현대카드의 정운철 전 비은행검사1국장, 롯데카드의 최태문 전 자본시장조사2국장 등이 감사로 선임돼 있다.
보험사에서도 삼성화재의 이재식 전 회계감독1국장, 현대해상의 나명현 전 런던 사무소장, LIG손해보험에 박찬수 부원장보, 메리츠화재해상에 노승방 국제협력국 연구위원 등의 금감원 인사가 포진돼 있다.
증권사의 경우에도 40개 증권사 가운데 31개사에서 금감원 또는 옛 증권감독원 출신 인사들이 감사직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져 사실상 ’금융업계의 감사직은 금감원의 '퇴직자리'라는 말을 다시 한번 증명하게 됐다.
이같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금융권의 감사직과 전관예우의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정부는 부산저축은행의 부실감사를 촉매로 뒤늦게 칼질에 나섰다.
김황식 국무총리는 3일 금융기관의 감사직에 대해 너무 관대한 규칙을 적용했다며 이에 대해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4일 금감원을 방문해 “여러분은 금융감독을 한다는 입장에서, 금융감독을 받는 기관의 입장에서 (보면) 훨씬 이전부터 나쁜 관행과 조직적 비리가 있었다”고 질타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이미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과 함께 금융당국에 대한 강한 부패개혁 방안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자체적으로 `금융회사 감사추천제’를 폐지하고 전 직원의 청렴도를 재평가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