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횡령·배임 혐의로 구속된 유영구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전격 사퇴했다.
이상일 KBO 사무총장은 4일 "유영구 총재가 영장 실질심사 하루 전인 2일 오후 KBO에 들러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유 총재가 구속될 경우 야구계에 큰 누를 끼칠 것을 우려해 미리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KBO는 조만간 8개 구단 사장들로 구성된 이사회를 소집해 후임 총재 인선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 야구규약 14조에는 '총재가 사임·해임 등의 사유로 궐위시 1개월 이내에 보선한다'고 명시돼 있다. 만약 보선 절차가 지연될 경우에는 이사회에서 총재 직무대행자를 선출해야 한다.
명지재단 이사장 출신인 유영구 총재는 2008년 12월 중도사퇴한 신상우 전 총재의 후임으로 제17대 총재에 추대됐다. KBO 출범 이후 12·13·14대 총재를 지냈던 박용오 총재에 이어 두번째로 '낙하산'이 아닌 '민선 총재'였던 유영구 총재는 정부의 압력으로 인해 2개월 가량 취임이 지연되기도 했다.
하지만 유영구 총재는 2009년 2월 정식으로 KBO 수장에 오른 이후 한국 프로야구계의 오랜 '숙원사업'이던 제9구단 창단을 주도해 이뤘고 낙후된 광주·대구구장의 현대화를 추진하는 등 야구발전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았다.
사장단 간사를 맡고 있는 신영철 SK 와이번스 사장은 "일단 다음주 중 이사회를 개최해 후임 총재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며 "유영구 총재는 KBO에서 비리를 저지른 게 아니라 과거 명지학원 시절 문제로 구속됐는데 사직서를 제출하자마자 후임자를 뽑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다. 마땅한 후보자도 없는 상태이다"라면서 당분간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될 가능성도 있음을 내비쳤다.
KBO 총재의 임기는 3년으로 유 총재는 2009년 2월 취임해 정규임기를 1년도 남기지 않은 상태이다. 총재는 이사회에서 뽑지만 과거에는 정치권에서 내려보냈고, 유 총재 취임 과정에서도 이사회가 당시 유영구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을 추천했지만 정치권에서 전직 국회의원을 밀면서 갈등을 겪었다. 따라서 야구계에선 다시 정치권에서 인사를 하지 않겠냐며 몇몇 인사가 거론 중이다.
한편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3일 유영구 총재를 횡령 및 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 수감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은 유영구 총재에 대한 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혐의가 인정되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검찰에 따르면 유 총재는 2006년 학교법인 명지학원 이사장 재직당시에 명지건설 부채 1500억원을 개인지급보증을 선 뒤 이를 명지학원 교비로 이를 갚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명지건설의 유상증자와 학교법인에 700억원대 공사를 몰아주는 과정에서, 명지학원의 자금 10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구속된 유영구 총재가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던 학교법인 명지학원에 대한 감사를 무마해 달라는 로비를 전방위로 벌였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수사를 시작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