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측의 잇단 시장 개입 행위에 대한 재계의 불만을 달래기 위해서다.
연초 “기름 값이 묘하다”는 이 대통령 자신의 발언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의 “성의 표시” 언급에서 비롯된 유가 인하 논쟁을 시작으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초과이익공유제’ 도입 주장 △곽승준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장의 ‘연기금 주주권 행사’ 요구 등 그동안 정부의 시장개입성 발언은 다양했다.
그러나 이날 오찬에 참석한 경제단체장들은 예상과 달리 논란이 됐던 동반성장위 활동이나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등에 관해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기업이 잘하는 부분도 있고 잘못하는 부분도 있겠지만, 잘못하는 일부를 전부인 것처럼 얘기하면 기업 이미지가 나빠질 수 있다. 서로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 그 배경에 관심이 쏠렸으나,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손 회장의 발언은 기업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일반론적인 인식을 얘기하던 중에 나온 것”이라면서 “특별히 의미를 둬서 한 말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홍 수석은 “연기금 문제와 관련해선 이미 정부의 공식입장이 아니라고 밝히지 않았느냐”며 “오해가 있었다면 기자들이 기사를 그렇게 썼기 때문이지 대통령의 생각과는 다르다”고 거듭 밝혔다.
이 대통령은 오찬 참석자들에게 정부 출범 초 제시한 ‘비즈니스 프렌들리(기업 친화적)’ 등 친(親)시장적인 정책기조엔 변함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재계가 국민경제적 관점에서 물가와 동반성장, 미소금융 등에 좀 더 신경을 써달라고 당부했다. 기업에 대한 정부 지원은 계속되겠지만, ‘국민경제 생태계’란 차원에서 대기업의 경우 사회적 약자인 중소기업과 서민들을 배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또 이 대통령은 정부가 친서민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정책 기조의 연장선상에 있다면서 참석자들의 이해를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이 대통령은 “연 1~2회 정도 동반성장 문제를 토론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의 제안에 “전경련 회장이 (중기)사장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으며, 이에 허창수 전경련 회장도 “그런 자리를 마련토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미소금융과 관련해선 “기업들이 적극 참여해 잘 되고 있긴 하나, 퇴임한 기업 임원들이 소상공인을 상대하면 상담해주기가 어려운 상황도 있을 것” 이라며 “자세를 낮춰서 해주면 좋겠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자원봉사로 미소금융 상담을 하는 기업 임원과 소상공인의 눈높이가 서로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란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이밖에 사공일 한국무역협회장은 "중소기업이 해외 마케팅을 할 수 있도록 전시회 참여기회 등을 확대해 달라"며 "특허권 보호문제도 정부가 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낮 12시15분부터 약 100분간에 걸쳐 진행된 오찬은 경제단체장들이 주로 이 대통령의 설명을 경청하는 가운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고 청와대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