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중국인의 눈에 비친 위대한탄생

2011-04-29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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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사람 백청강과 ‘위대한 탄생’

요즘 한국에서는 ‘위대한 탄생’이란 TV 오락 프로그램을 모르면 간첩이다. 위대한 탄생은 지난 2006년쯤인가 전 중국을 들끓게 했던 차오지뉘성(超級女聲) 처럼 출전자중 최고의 가수를 뽑기 위해 나머지 선수를 탈락시켜가는 서바이벌 오락게임(PK)이다.

차오지뉘성이 리위춘이라는 불세출의 신데렐라를 탄생시켰듯 ‘위대한 탄생’의 최후 승자도 보통사람에서 하루아침에 ‘한국 연예계 불세출의 영웅’으로 변신하게된다. 위대한 탄생은 지금 한국의 안방극장을 완전히 장악했다. 시청률에 있어 최고의 오락 프로그램이었던 ‘1박2일’을 능가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조선족인 내가 처음 이 프로그램에 주목하게 된 것은 백청강이라는 출연자 때문이다. 내가 볼 때 백청강은 생김새에 있어서는 별로 볼품이 없다. 또한 팬들을 사로잡는 우상과도 거리가 멀다. 하지만 나의 고향이기도 한 중국 길림성 연변 출신의 이 스무세살 짜리 조선족 청년은 중국 지구 예선에서 아주 빼어난 실력으로 심사위원들을 매료시켰다. 한 눈에 대중과 심사관의 관심을 사로잡았고 곧이어 인터넷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게 됐다.

나는 본시 이런 류의 오락 프로그램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위대한 탄생은 다른 PK게임과 여러 면에서 차별화되는 특징이 있다. 무대도 화려하거니와 해외무대의 예선을 포함했기 때문에 한국 시청자들은 보다 풍부한 출연자를 만나볼 수 있다.

백청강은 이 오락 서바이벌 게임에서 가장 평범한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는 다른 선수들처럼 피아노를 연주할 줄 아는 것 같지도 않다. 그렇다고 다른 외국 출신 출연자처럼 멋들어지게 영어를 구사할 줄 아는 것도 아니다. 비록 해외서 왔다고는 하나 ‘중국 연변’ 출신이다. 심리적으로 한껏 위축될 수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프로그램 방영 초기에 심사위원들은 그의 분장에 대해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백청강의 머리 스타일을 지적해 한 물 간 지난 90년대 스타일이라며 너무 촌스럽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런 보통의 청년이 지금 쟁쟁한 경쟁자들을 젖히고 ‘성공’ 을 향해 맹렬히 진군하고 있다. 지난번 12명에서 두 명을 탈락시키는 대회에서 백청강은 특유의 미성으로 고난도의 ‘슬픈인연 ’ 을 멋들어지게 열창했다. 인색한 심사위원으로부터 40점 만점에 36.2점을 얻어 1등으로 10강에 진입했다.

대회의 규칙에 따라 무대에 오르는 선수들이 점점 줄어들고 결선이 가까워오면서 출전 선수 팬들간에 다툼도 치열해지고 있다.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30%, 시청자들의 투표가 70% 반영돼 탈락자가 결정되는 이 대회에서 백청강은 한국 내 중국 동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지는 단지 같은 중국 동포라는 이유 만으로 보내는 민족주의적인 감정에 기반한 것이 아닌 백청강 개인의 불굴의 도전정신을 향한 아낌없는 지원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다.

지난 주 백청강은 그 간의 조용하고 부드러운 이미지를 벗어 던지고 지드래곤의 ‘하트브레이커’로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특히 중간에 인이어(귀에꽂는 소리장치)가 빠져 반주가 들리지 않는 돌발 상황 속에서도 침착하게 대처하는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날 방송이 끝난 뒤 백청강은 한국 각 포탈사이트 검색어 순위를 장식하는 등 네티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오늘 날 청년들이 꿈을 이뤄가는 도중 사소한 장애물에 맞닥뜨리는 것도 그리 나쁜게 아니다. 그렇지 않다면 자만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청년 시절에는 꾸짖음 보다는 칭찬이 더 좋은 약이 될 수 있다. 왜냐하면 젊은 청춘 시절에는 성공이냐 실패냐를 다투기 보다는 앞으로 한 발자국 전진하는 것이 더욱 값진 경험이기 때문이다.

(최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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