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치러진 상반기 재·보궐선거가 사실상 여당(한나라당)의 패배로 끝났다.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에서 ‘빅3’로 꼽힌 강원지사와 경기 성남 분당을 및 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선 가운데 김해을 한 곳에서만 당선자를 배출하는데 그치고 만 것이다.
이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 방향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번 선거는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민심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단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선거결과에 대한 정치권과 언론의 관심이 컸다. 투표율 또한 역대 재보선 가운데 최고치인 39.4%를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특히 한나라당의 만년 ‘텃밭’이었던 분당을을 야권 단일후보로 출마한 민주당 손학규 대표에게 내줌에 따라 서울과 수도권 출신 의원들은 ‘패닉(공황)’ 그 자체다. 당장 차기 총선에서 ‘금배지’가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여권 안팎에선 당장 이번 선거로 이 대통령의 조기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과 함께 계파별 각개약진에 따른 대권경쟁 과열이 불가피할 것이란 등의 비관적 관측이 쏟아지고 있다.
안상수 대표 등 당 지도부도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론을 비껴갈 수 없을 전망이다. 총선과 대선을 치러낼 지도부를 새로 뽑기 위해 조기 전당대회를 열고, 다음달 2일로 예정된 원내대표 선거도 미루자는 주장이 나올 판이다. 치열한 정풍운동과 세대교체론, 당 쇄신론도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분당을 공천 과정에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임태희 실장과 이재오 특임장관 등의 거취 논란도 불거질 전망이다.
아울러 일각에선 ‘신공항 백지화’ 사태 당시 거론됐던 이명박 대통령의 탈당론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도 점쳐진다.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향후 국정운영 방향은 물론, 다음 달로 예정된 개각 등도 이번 선거의 ‘후폭풍’ 아래 놓여 있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은 이번 선거 승리를 기반으로 내년 총선·대선에 대한 자신감을 얻고 국정 주도권의 일부도 쥐게 됐다.
특히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분당을 당선을 통해 ‘원외(院外)’ 대표란 꼬리표를 떼고 명실상부한 야권의 유력 차기 대권주자로 발돋움하게 됐다. 반면 ‘라이벌’인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는 김해을 선거 패배로 상대적으로 입지가 축소됐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