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중국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 특별대표와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마주앉았다. 이 자리에서 김 장관과 우다웨이 대표는 남북 대화를 출발점으로 북미대화를 거쳐 6자회담으로 나아가는 ‘3단계안’에 대해 일치된 의견을 확인했다.
위성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절차나 수순에서 한·중은 의견 일치를봤다”고 전했다.
그동안 6자되담 재개 수순과 위제를 놓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온 한·중국이 이번 우다웨이 한반도사무 특별대표의 방한으로 생기가 돌기 시작한 것.
양국의 이 같은 ‘컨센서스’는 지난 11일 우 대표가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과의 면담 직후 기자들에게 3단계안을 거론한 이후부터 예견돼왔다.
그러나 이번 회동은 이를 공식적 합의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한ㆍ중의 접점 도출은 남북 비핵화 회담이 실질적 가시권에 들어왔음을 시사한다.
우리 정부의 ‘남북대화 우선’ 원칙에 동의한 우 대표의 입장은 김계관 제1부상을 통해 전달된 북한 최고위층의 메시지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우 대표를 매개로 남과 북이 비핵화 회담 추진에 원칙적 합의를 이뤘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 같은 흐름의 이면에는 중국의 미묘한 태도변화도 엿볼 수 있다.
6자회담 재개 해법을 놓고 북한측을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온 중국이 남과 북 사이의 중립지대로 ‘위치 재설정’을 시도하고 있다.
우 대표가 26일 인천공항에서 한국 정부에 북한의 남북 비핵화 회담 제안이나 천안함ㆍ연평도 사태에 대한 사과를 전달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나는 중국 사람인데 북한의 입장을 왜 전달하겠느냐”고 반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는 “일단 6자회담을 열어 모든 것을 논의하자”는 식의 대응기조로는 한ㆍ미의 동의를 이끌어내 회담의 조기 재개를 이끌어내기 어렵다는 상황인식이 깔려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한 외교소식통은 “전략적으로 유연한 태도로 전환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지만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서 중국의 인식변화는 없었다.
위성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는 26일 우 대표와의 면담에서도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있어야 실질적 대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한 반면 우 대표는 일단 6자회담을 열어서 이를 논의하자는 중국의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UEP에 대해 평화적 이용이라고 계속 주장하면 남북 비핵화 회담을 열어도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며 “중국과 북한의 인식은 바뀌지 않았고, 우 대표도 이번에 중국의 새로운 훈령을 가져오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