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2011-04-27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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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재호 이규진 기자) 그동안 채권단 위주로 진행돼 왔던 기업 구조조정 작업에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기업회생절차(워크아웃) 협약에 참여하지 못하고 소외돼 있던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이 적법한 절차를 통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일 개최됐던 대우자동차판매 사채권자 집회다.

이날 집회에서 투자자들은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과 대우차판매가 일방적으로 결정한 기업분할 방안과 채무상환 계획을 부결시켰다.

채권단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내용이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의결권을 결집해 사채권자 집회를 개최하고 기업의 워크아웃 계획에 의견을 개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채권단과 대우차판매는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새로운 타협안을 제시해야 할 처지가 됐다.

기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이견을 제기한 경우는 많았다.

지난해 금호산업에 대한 워크아웃을 진행할 때도 기업어음(CP)을 매입한 투자자들이 채권단이 제시한 채무상환 계획에 반대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당시 채권단은 투자자들과 따로 협상을 벌여 반발을 무마했다. 투자자들도 법적인 절차를 거쳐 정당하게 구조조정 작업에 참여하기 위한 노력은 기울이지 않았다.

채권단 위주로 진행되는 기업 구조조정의 기본 골격은 그대로 유지된 셈이다.

이 때문에 채권단과 투자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기업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투자자들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창구는 사채권자 집회가 유일하지만 이마저도 절차가 지나치게 복잡해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대우차판매 워크아웃 방안에 반대하는 개인투자자들은 무려 8개월 동안 의결권 결집에 주력했지만 정족수인 채무액의 3분의 1을 간신히 넘겼다.

투자자가 보유한 채권의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전국에 4곳 뿐인 예탁결제원을 찾아 등록필증을 받고 법원의 공탁까지 받아야 해 개인투자자 입장에서는 의결권을 모으기가 쉽지 않다.

예탁결제원 법무파트의 김재선 변호사는 “이미 전산화가 상당히 진전돼 번거로운 절차 없이도 채권자의 권리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는데 법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이 사채권자 집회를 열고 싶어도 현실적인 제약이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재입법 논의가 한창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에 관련 내용을 추가하거나 상법 개정 등을 통해 투자자 보호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채권단이 주도하는 워크아웃은 채권자 보호 및 채권자 동등 대우라는 파산법의 기본 원칙을 크게 훼손하고 있다”며 “기촉법이 채권단의 이익회수 극대화 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재입법 과정에서 원칙과 절차를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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