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올해 미국 경제의 성장 속도는 매분기 빨라지겠지만, 고유가가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AP통신은 월가와 기업, 학계의 이코노미스트 42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미국 경제는 중동지역의 정정불안 사태와 일본의 원전 위기와 같은 악재들을 극복하며 성장할 수 있지만, 고유가가 미국의 성장세를 가로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들은 미국 경제가 2분기에 연율 기준으로 3.2% 성장하고, 3분기와 4분기에도 각각 3.4%, 3.5%로 성장률이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1분기 성장률 전망치(2.2%)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들은 고용시장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해 신규 고용인구가 지난해의 두 배가 넘는 210만명으로 급증해 현재 8.8%인 실업률이 연말까지 8.4%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3개월 전 전망치인 8.9%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증시 호황으로 인해 미국인들의 주머니가 두둑해져 향후 수개월간 소비 규모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사회보장세 인하로 대부분의 가계가 올해 1000~2000 달러의 여윳돈을 챙기게 되는 것도 소비진작에 호재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이들은 수출과 기업투자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린 리서 전미실물경제협회(NABE)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는 금융위기 이후 잃었던 근육을 되찾고 있으며, 과거 6~12개월 전보다 탄탄해진 게 사실"이라며 "이는 다양한 악재에 대한 미국 경제의 대응력을 강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모든 호재들을 뒤엎을 수 있는 유일한 악재로 최근 고공행진하고 있는 유가가 꼽혔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최근 배럴당 112 달러 선을 넘나들고 있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 달러선으로 오르면 미국 경제는 이중침체(더블딥)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유가는 2008년 여름 배럴당 147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뒤 지난해 9월 이후 배럴당 40 달러 급등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국제유가가 중동사태로 인한 수급난이나 달러화 약세 등의 영향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갤런당 평균 3.87 달러선에서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는 미국의 휘발유 값은 올 가을께 3.50 달러 수준으로 안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고공행진하고 있는 국제유가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자, 재선 레이스에 돌입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연일 고유가를 잡기 위한 강경대응 의지를 천명하고 있다.
그는 지난 21일 유가 조작 및 투기세력 색출 등 불법행위를 조사하기 위한 특별팀을 꾸렸다고 밝힌 데 이어 이날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는 한해 40억 달러에 달하는 정유업계에 대한 보조금을 철폐할 것을 촉구했다.
오바마는 "석유와 가스업계에 대해 의회가 즉각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며 "삭감한 보조금은 청정에너지에 투자해 원유의 해외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