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덩치' 커지는데 '체력' 약해진다

2011-04-2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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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한국 경제가 양적 성장을 지속했지만 질적으론 오히려 후퇴한 모습이다.

올 1분기 북아프리카·중동(MENA) 지역 정치소요 사태와 일본 대지진 등 대외여건 악화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데 따른 것이다.

올 하반기 경제 성장세가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원자재 가격이 여전히 불안해 이 같은 양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체감경기 ‘악화일로’

한국은행은 27일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기 대비 1.4%, 전년 동기 대비 4.2% 증가했지만, 국내총소득(GDI)은 오히려 0.6%(전기대비) 감소했다고 밝혔다.

GDP가 늘었지만 GDI가 떨어졌다는 것은 각 경제주체들의 경제활동이 활발해 국가 경제의 규모는 커졌지만, 실제로 주머니에 떨어지는 돈은 줄었다는 의미다.

올 1분기 경제성장률이 물가상승률(4.3%)를 밑도는 점도 경제주체들의 소득이 줄었다는 것을 반증한다.

실제로 한국 경제가 주력하는 수출은 반도체 및 전자부품, 자동차 등의 판매가 늘며 전기 대비 3.3%, 전년 동기 대비 16.8% 급증했다.

하지만 이들 제품의 가격이 바닥에 떨어진 상황서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많이 오르는 등 교역조건이 악화돼 수출 업체들이 가져가는 수익은 축소됐다.

교역조건 지수(전기대비, 계절조정)는 지난해 1분기 -0.9%를 기록한 뒤 2분기 -0.4%, 3분기 -0.2%, 4분기 -0.4%로 하락하다 올 1분기 -3.6%로 주저 앉았다.

가계가 느끼는 체감경기도 악화되는 추세다.

가계의 현재생활형편 소비자심리지수(CSI)는 지난해 12월 93에서 올 1월 90, 2월 89, 3월 82, 4월 85 등으로 낮아졌다. 현재경기판단 CSI 역시 같은 기간 95, 88, 82, 64, 69 등으로 고꾸라졌다.

◆ 성장률 하락·원자재값 상승 '이중고'

원자재 가격이 여전히 높은 흐름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경제성장세가 위축될 것으로 보여 실질 소득은 계속적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이날 발표된 경제성장률을 연율로 환산하면 5.6%다. 한은의 올해 전망치 4.5%보다 1%포인트 이상 높은 수치다.

이는 2~4분기 성장률이 1분기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올 한해 '상고하저(上高下低)'형 경제성장을 예상케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21일 보고서에서 경제성장세가 1분기까지 양호한 흐름을 보였다가, 불확실성 증대로 2분기 들어 다소 위축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상황서 국제 원자재가격은 2~3분기에도 불안한 흐름을 유지할 전망이다. 이에 따른 소비자물가의 고공행진도 지속될 예상이다.

지난 3월 수입물가는 농림수산품과 원유 가격 상승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9.3% 급등했다. 지난달 생산자물가도 28개월만에 가장 높은 7.3%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입·생산자물가는 제품원가를 높여 기업의 이익을 축소시킬 수 있으며,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돼 가계의 소비 여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

다만 유가만 현 수준을 유지해준다면 GDI는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 한은의 관측이다.

김영배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친 뒤 상승하고 있어 유가가 현수준을 유지한다면 교역조건도 더 이상 악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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