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면수 기자) 정부가 국내 제약업계의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는 리베이트 관행 척결을 위해 지난해 말부터 ‘리베이트 쌍벌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효과는 극히 미미한 것으로 분석됐다.
물론 일부 제약사들은 쌍벌제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하는 것을 전면 금지하는 한편 의사들에게 제공되는 현금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쌍벌제를 통해 과연 리베이트 관행이 근절될 것인가에 강한 의문을 제기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국내 대형 제약사가 아닌 중소형 제약사들이 몰락하는 것은 아니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2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쌍벌제 시행 이후 지난 5일까지 접수된 리베이트 관련 제보는 약 100여건에 이르고, 지금도 한 달에 20여건씩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다.
복지부는 현재 리베이트 혐의로 신고된 100여건 가운데 대형 문전약국과 도매상이 관련된 15건에 대해서는 (복지부가) 직접 조사하고, 제약사가 관련된 리베이트는 검찰에 관련 자료를 넘긴 상태다.
이와 함께 울산지방경찰청은 지난해 말 조사 중이던 공중보건의에 대한 리베이트 수사에서 제약사의 리베이트 장부를 압수한데 이어 장부를 토대로 관련 혐의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유명 제약사들은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 복지부, 그리고 경찰 등이 언제 들이닥칠지 몰라 초긴장하고 있는 상태다.
실제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국세청과 공정위 등 일부 사정기관들은 사전예고 없이 국내 유명 제약사에 대한 ‘고강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달 서울국세청 조사국 요원들을 삼진제약 본사에 보내 ‘고강도’ 세무조사에 착수한데 이어 공정위도 같은 달 진양제약을 대상으로 리베이트와 관련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이와 함께 복지부도 최근 제약업계에 “특허만료 제품에 대한 리베이트 감시활동을 철저히 하겠다”는 협조공문을 발송하는 등 `리베이트 전담 수사반 가동`이라는 마지막 강경책을 들고 나왔다.
이처럼 정부가 대대적으로 리베이트 관행 척결을 위해 두 팔을 걷어 부쳤는데도 불구하고 리베이트 관행이 쉽사리 근절되지 않는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이에 대해 제약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쌍벌제의 효과를 기대하기는 미미하다”며 “우선적으로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서는 국내 제약사들의 체질 개선이 동반되는 것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한 이 관계자는 “쌍벌제가 도입됐더라도 일부 의사들 입장에서는 분명 리베이트 제공을 원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며 “아울러 일부 제약사들 또한 리베이트 제공을 통해 이윤을 남기려 안간힘을 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쌍벌제가 시행된 지 불과 5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거대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분명 점진적으로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다만, 쌍벌제를 보다 효과적으로 운용하기 위해서는 일부 사정기관들의 대대적인 단속 보다는 제약업계 전반에 깔려있는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하기 위한 교육이 선행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국내 제약업계는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후 시장의 성장률은 -5.8%에 불과하는 등 월별 원외처방액 또한 하락해 부진을 기록한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정책 시행 후 불확실성 해소로 인한 시장 안전성으로 인해 원외 처방액 규모는 지난해 10월 -0.3%, 11월 +3.8% 소폭 상승해 위기국면을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