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 사이 연준의 재무제표상 자산은 3조 달러에 이르렀고, 한껏 풀어낸 유동성은 물가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27일 연준 사상 처음으로 기자회견에 나서는 벤 버냉키 의장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대해 미국 경제 전문 채널 CNBC는 25일(현지시간) 버냉키 의장이 귀빈들(금융시장)을 소외시키지 않고 '유동성 파티'를 끝내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자산운용사 글러스킨셰프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 겸 투자전략가가 버냉키에게 해답을 제시했다. 그는 연준이 전체 자산 가운데 1조3650억 달러 규모의 부실채권을 유동화해 장기 국채에 재투자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연준이 미 국채와 모기지(부동산담보대출) 채권 매입으로 불어난 자산을 한꺼번에 풀면 금리상승이 우려되는 만큼, 자산의 수준은 유지하되 자산의 내용을 바꾸면 된다는 것이다. 로젠버그는 인수합병(M&A) 전문가로 사모펀드 WL로스앤드코 회장인 윌버 로스를 비롯한 사모펀드와 벌처펀드들이 연준이 보유한 부실채권에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연준이 부실채권 유동화 수익으로 장기국채를 매입하면 장·단기 국채의 수익률 격차가 줄어, 모기지를 비롯한 대출금리를 낮추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CNBC는 로젠버그의 시나리오는 그럴듯 하지만, 허점도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장기국채 수익률이 떨어진다고 모기지 금리가 하락해 수요가 늘어난다는 데 대한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2차례에 걸쳐 이뤄진 양적완화 조치로 모기지 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주택시장은 여전히 침체돼 있다.
CNBC는 또 부실채권 청산이 장기 국채를 대량 매입할 만큼의 수익으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마이클 펜토 유로패시픽 이코노미스트는 "장기 국채 수익률은 인플레이션 압력 탓에 상승하고 있고, 단기 국채 수익률은 움직이지 않고 있다"며 "장·단기 국채 수익률이 한점으로 모일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로젠버그가 디플레이션을 미국 경제의 장기적인 위협으로 상정한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CNBC는 결국 연준의 다음 행보에는 인플레이션 위협을 더는 게 핵심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전망은 비관적이다. 연준이 줄곧 인플레와 재정적자를 정당화해 왔기 때문이다. 커트 칼 스위스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너무 정치적인 게 문제"라며 "연준의 정치성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을 수 있는 동기가 되고 있다"고 비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