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공화당 예비 후보자 중 확실하게 우세를 점한 인물은 아직 없다. 워싱턴포스트(WP)-ABC 뉴스의 최근 여론 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유권자(공화당에 가까운 독립 유권자 포함) 10명중 4명이 현재의 대선 후보 구도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4년 전 이 비율보다 무려 20% 포인트나 낮았다.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 대통령 인기도 2년전 취임했을 때보다 현저히 떨어졌지만, 현직이라는 이점이 작용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미 재선 운동에 나서 선거자금과 운동원 조직을 꾸려나가고 있다. 그러나 공화당은 아직 이렇다할 뚜렷한 대항마를 내세우지 못한 상황이다.
불출마 선언을 한 바버 주지사 지지도는 낮은 한 자리수였기 때문에 갑자기 다른 후보가 선두주자로 뛰어오르지는 않을 전망이다. 그럼에도 남은 후보 예정자들이 그가 활용했을 선거자금과 조직력을 조금이나마 가져오기 위해 움직이는 등 후보군 움직임이 더 활발해지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그의 지지 선언을 이끌어 내는 것도 남은 후보자들에게는 큰 덤이다. 바버는 공화당 전국위원회 의장, 공화당 주지사 협회 의장을 지내는 등 당 내에서 인정받는 자리에 있었다.
바버가 불출마 선언을 한 배경에는 현 선거 구도가 주요 정책 이슈가 아닌 오바마의 출생지 논란 등 주변 변수가 대두되는 점, 바버 자신이 과거 담배 회사 로비스트로 일한 경력과 최근 인종 차별 논란에 휘말린 점이 부담으로 작용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분석했다.
바버가 빠짐으로써 인디애나 주지사 미치 대니얼스(Mitch Daniels)의 발길이 가장 바빠질 수 있다고 포스트는 덧붙였다. 일찍부터 출마를 저울질 하던 대니얼스 주지사는 바버가 하차함으로써 그 공백을 자신이 채울 수 있다고 보고 빠르면 5월에 출마 선언을 할 예정이다. 게다가 두 사람은 오랜 친구 사이로 대니얼스 주지사는 "내가 출마하지 않으면 친구인 바버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출마 의사를 밝힌 전 메사추세츠 주지사 밋 롬니(Mitt Romney)와 전 미네소타 주지사 팀 폴렌티(Tim Pawlenty)가 볼 반사이익도 작지 않을 전망이다. 롬니는 현재까지 공화당 후보자 선두 주자 중 하나이다. 그러나 그가 재임시 만든 '전 주민 의료보험'이 오바마의 '헬스 케어 법안'과 아주 흡사하기 때문에 공화당 내 보수층으로부터 외면당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폴렌티는 당내 보수 지지층 기반이 강해 바버가 빠진 자리를 채울 가능성이 높다고 포스트는 보도했다.
한편 전 아칸사스 주지사 마이크 허커비(Mike Huckabe)의 운신이 큰 변수다. 허커비는 여론 조사에서 가장 많은 득표를 하는 등 인기가 높지만 올 여름까지 출마 선언을 늦추고 있다. 바버가 빠지면서 허커비가 남부 보수층의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분석했다. 전 하원의장를 지낸 '보수의 대명사' 뉴트 깅그리치(Newt Gingrich)도 바버를 쫓던 지지자들을 자기 편으로 만들기 위해 뛰고 있다.
조만간 중국 대사직을 마칠 존 헌츠맨 주니어(John Huntsman Jr.)와 최근 오바마 출생 이슈를 제기하며 언론에 노출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도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자들이다.
미네소타 연방하원의원이자 적극적인 티 파티(Teal Party) 운동가 미첼 바크만(Michele Bachmann), 전 펜실베이니아 연방상원의원 릭 샌토롬(Rick Santorum)도 견고하고 또 종교적인 보수 기반을 갖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지적했다.
독설가로 유명세를 탄 사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도 조만간 출마 선선을 할 예정이며, 텍사스 연방하원의원 론 폴도 아직 두드러지지는 않지만 출마에 나설 준비가 됐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덧붙였다.
기업가인 허만 케인(Herman Cain)과 전 루지애나 주지사 버디 뢰머도 경선 출마를 고려하는 등 뚜렷한 선두는 없어도 이미 백악관을 탈환할 후보자 숫자는 충분하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분석했다.
한편 CBS뉴스와 뉴욕타임즈가 공동으로 실시한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현재 공화당 내 후보자의 전국 지지율은 미트 롬니 9%, 마이크 허커비 8%, 도널드 트럼프 7%, 뉴 깅그리츠 5%, 새라 페일린 4% 등으로 매우 낮은 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