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러시아산 밀 거래 업체이기도 한 글렌코어는 지난해 여름 러시아의 밀 수출 금지를 앞두고 밀과 옥수수 가격 상승에 배팅하는 투기적 거래를 했다고 2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 같은 사실은 글렌코어가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상장 주간사 중 하나인 스위스 UBS에 제출한 기업 투자 내역을 통해 밝혀졌다.
UBS는 이날 보고서에서 "글렌코어의 곡물 담당 팀은 지난해 봄과 여름의 러시아 곡물 작황이 매우 악화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적절한 시기에 받아 밀과 옥수수에 대해 매수 포지션을 취했다"고 전했다.
유리 오그네프 글렌코어 러시아 곡물 담당 부서장은 지난해 8월3일 "러시아 정부는 모든 곡물 수출을 중단해야 할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당시 글렌코어는 오그네프 부서장의 견해는 개인적인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실제로 이틀 뒤인 8월5일 러시아 정부는 밀 수출 금지를 취했고 그 후 국제 밀 가격은 불과 이틀 만에 15%나 폭등했다.
글렌코어는 "우리는 중동지역에 밀을 공급하기 위해 러시아의 금수 조치 이후 더 비싼 가격에 밀을 사야 했다"면서 "러시아 밀 수출 금지는 지난해 일어난 많은 복잡한 상황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변명했다.
회사측의 변명에도 불구하고 글렌코어의 지난해 세전 이익은 6억5900만 달러(약 7120억원)로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나 투기의혹을 벗기는 힘들 것이라고 FT는 내다봤다.
글로벌 상품가격 급등에 투기세력이 개입했다는 주장이 글렌코어의 사례로 힘을 얻으면서 국제사회의 투기세력 근절 움직임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올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글로벌 식품 가격에 대한 투기세력의 근절을 오는 6월 G20 회의의 주요 의제로 삼을 것을 강력하게 주장해왔다.
한편 글렌코어는 다음달 말 런던증시 기업공개(IPO)를 통해 약 120억 달러를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이는 런던 증시 사상 최대이며 유럽에서 세 번째로 큰 규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