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ㆍ유럽연합(EU) FTA 협정문 검토 과정에서 불거진 번역 오류 등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해 왔던 FTA 협상 전략을 새롭게 검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관련기사 3면>
24일 아주경제신문이 통상 전문가들을 통해 답보 상태를 벗어나고 있지 못하는 국내 FTA 추진현황에 대한 개선 방안을 들어보니, 많은 이들이 한국 경제 발전을 위한 FTA 체결 필요성에 대체적으로 공감하면서도 현재의 FTA 추진 전략을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시욱 명지대 교수(경제학과)는 "FTA 협상은 앞서 나가는데 관련 제도 개선이나 지원은 미비한 상태여서 FTA의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며 "국내 제도 개선이나 보완대책을 마련할 범정부적인 컨트롤 타워를 만들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FTA 전략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동시다발적인 것이었고, 그러한 과정에서 협정문 번역 오류 등의 문제도 생겼다"며 "동시다발적 협상 전략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지난해 유럽연합(EU)과의 공식 서명을 마무리 함에 따라 전 세계 44개국과 FTA를 맺은 명실상부한 동아시아의 'FTA 허브국가'로 부상했다.
하지만 한·EU FTA 협정문의 번역 오류 문제가 불거지고, 농어업 등 국내 산업에 대한 피해를 우려하는 야권의 비준 반대 움직임까지 가시화되면서 FTA 발효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이 무한경쟁이 벌어지는 세계 경제 속에서 생존할 방법은 주요 나라들과의 교역을 확대시키는 것이라는 점에서는 큰 틀에서 여론의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상태다.
이에 따라 주요국과의 FTA 체결이 가져올 실익을 감안해 협정 발효의 걸림돌이 되는 지엽적인 문제를 넘어서는 새로운 틀의 발전적인 FTA 전략을 짜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 산업계 역시 FTA 비준안 통과의 시급성을 강조하고 있다.
오영호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국회를 방문해 한·EU FTA 비준을 촉구하며“동시다발적인 FTA 추진에도 FTA 발효국과의 우리나라 교역비중은 약 15%로 경쟁국인 일본, 중국에 뒤진다”며 “우리나라가 올해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무역 1조달러 클럽’에 진입하려면 한-EU FTA의 조기 비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