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데뷔작 '벌이 날다'는 영화의 거장 모센 마흐말바프에게 찬사를 받았다. 이탈리아 토리노 국제영화제 대상, 그리스 테살로니키 국제영화제 은상 외에 수많은 상도 받았다. 2001년 연출한 ‘괜찮아, 울지마’ 역시 비슷한 이력이다. 2006년작 ‘포도나무를 베어라’는 제42회 카를로비바리 국제영화제에 초청된 전 세계 14개국 영화 가운데 유일한 아시아영화였다.
그가 또 올해 국제영화제에 이름을 올렸다. 5월 열리는 서울 환경영화제 본선에 진출했다.
지난해 아르메니아란 나라를 여행하며 그린 영화 ‘노스텔지아’가 주인공이다. 채 10분이 되지 않는 단편이다. 재미있는 점은 찍은 영화가 아니라 그린 영화란 사실이다. 혼자 연출 촬영 편집을 도맡아 했다. 스태프 없이 혼자 만든 영화다. 러닝타임 동안 문자 그대로 그림 같은 장면의 연속이 이어진다. 출연 배우와 대사도 없다.
민 감독은 “지난해 아르메이나를 여행하며 혼자 찍은 영상들”이라며 “물론 어쩌다 만들어낸 영상은 결코 아니다”고 설명했다.
학창 시절 촬영을 전공한 감독답게 영상미가 탁월하다. 영화장면 장면이 한 폭의 그림이다. 찍은 영화가 아닌 그린 영화란 표현 또한 그렇기 때문이다. 놀라운 점은 이 영화가 이른바 저가의 보급형 디지털 카메라로 찍은 영상이란 것. 영화 기획 의도가 궁금했다.
그는 “존재하는 모든 것에 과잉된 요소들이 넘쳐나고 있다”면서 “그 속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지친 심신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을 찾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지금까지 내놓은 모든 영화가 탁월한 영상과 스토리에 방점을 찍은 이른바 예술영화들이다. 상업적인 부분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예술과 상업이란 두 단어를 결부시키는 것 자체가 상당히 이질적이다. 민 감독은 같은 생각이면서도 조금은 다른 관점을 내놨다. 자신의 작품 세계에 대한 확고한 신념이었다.
그는 “영화를 하는 시간 동안 상업영화를 연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 감독은 “내가 잘하는 부분이 따로 있고, 대중성을 가진 다른 감독들이 가는 길이 분명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영화 역시 순수 예술과 대중적 콘텐츠로서의 두 얼굴이 분명 필요하다" 말했다.
그는 자신의 영화작업에 자신감이 넘쳤다. "결국에는 내 작업 역시 상업적 결과물로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그는“지금 내가 하는 작업이 분명 상업적인 측면에서 주목 받는 시간이 올 것이라 믿는다”고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