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23일(현지시간) 글로벌 헤지펀드업계의 운용자산이 사상 처음으로 2조 달러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금융정보업체 헤지펀드리서치(HFR)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말 기준 전 세계 헤지펀드의 운용자산은 2조200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헤지펀드산업이 최절정에 달했던 2008년 2분기의 1조9300억 달러를 웃도는 액수다.
지난 1분기에는 2007년 3분기 이후 가장 많은 320억 달러가 헤지펀드에 순유입됐다.
케네스 하인즈 HFR 사장은 "헤지펀드산업은 이제 금융위기에서 완전히 회복됐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금융위기로 된서리를 맞았던 해지펀드업계가 다시 부활할 수 있었던 것은 높은 수익률로 헤지펀드의 가치를 입증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례로 2008년 초 100 달러를 증시에 투자했다면 지금 손에 넣을 수 있는 돈은 88 달러(수익률 -22%)에 불과하지만, 같은 금액을 헤지펀드에 투자했다면 109 달러(9%)를 챙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15개월간 헤지펀드에 순유입된 자금은 880억 달러로 2008~09년 순유출된 2850억 달러에 크게 못 미친다. 사상 최대 규모로 불어난 운용자산 가운데 상당액이 투자수익이라는 얘기다.
더욱이 헤지펀드에 유입된 자금의 상당액은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저조했던 에퀴티롱쇼트(Equity Long Short)펀드와 글로벌매크로펀드에 집중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에퀴티롱쇼트는 주가 전망에 따라 주식 매입이나 공매도로 수익을 추구하는 펀드이고, 글로벌매크로는 거시경제 전망에 따라 파생상품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펀드다.
반면, 상대적 가치주에 투자하는 펀드는 미국의 양적완화, 유로존 재정위기, 중동지역 정정불안 등 돌발변수가 잇따르면서 2008년 이후 수익률이 평균치의 두 배인 20%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에퀴티롱쇼트나 글로벌매크로펀드에 대한 기대감이 아직 꺾인 것은 아니지만, 위험선호(risk-on) 및 위험회피(risk-off) 전략에 대한 집착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전설적인 헤지펀드 매니저인 필리페 자브레는 지난 3월 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하자 위험선호 심리가 발동해 일본 주식에 손을 댔다. 그러나 너무 일찍 움직인 탓에 일시적으로 3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봤다.
FT는 다만 금융위기 이후 헤지펀드들이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고, 보수적인 연기금 펀드 등으로부터 자금을 끌어들이면서 전보다 조심스러운 투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라비 싱 크레디트스위스 대안투자 부문 책임자는 "레버리지(차입) 규모를 2007년 수준 이하로 유지하고 있다"며 "레버리지 없이 수익을 낼 수 있는데 뭐하러 부담을 떠안느냐"고 말했다.
문제는 헤지펀드업계로 다시 뭉칫돈이 몰리기 시작하면서 매니저들의 보수적 성향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프랜시스 프레센티스 씨티그룹 프라이빗뱅킹(PB) 부문 헤지펀드 책임자는 "중동지역 투자자들이 최근 수익률에 반해 헤지펀드시장에 들어오기 위해 들썩거리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헤지펀드업계의 공격성이 한창이었을 때 운용자산의 상당액이 중동지역 오일머니였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