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임명찬 기자) 최근 현대캐피탈부터 농협중앙회까지 보안 관련 사고로 시끄러운 한 철을 보내고 있다.
항상 그렇듯이 사고가 발생하고 난 뒤에는 책임질 대상이 있게 마련이다. 이번 현대캐피탈과 농협의 경우에는 실력 좋은 침입자가 책임대상으로 귀결되는 양상이다.
겉으로는 외부 침입자에 의한 계획된 사건처럼 보일지라도 두 회사가 사고를 대비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책임져야 할 부분이 많다는 뜻이다.
기자가 일전에 '국민·하나·산업·SC제일銀, 상담원 연결도 주민등록번호 요구?'에서 지적했듯 그동안 금융권은 업무처리상의 신속·효율적인 처리를 이유로 들며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고객 개인정보를 너무도 쉽게, 당연하게 요구했다.
최근 확인해본 결과 신한생명, 흥국화재 등 일부 보험사들은 여전히 콜센터 연결시 "신속하고 빠른 상담을 위해 주민등록번호 13자리를 눌러주세요"라는 말을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
문제는 해당 금융기관을 이용하는 고객뿐 아니라 이용하지 않는, 단순상담을 목적으로 한 고객들에게까지 이런 정보를 무차별적으로 요구한다는 데 있다. 결국 고객은 개인정보를 팔아서 상담을 받거나 아니면 상담받기를 포기해야 한다.
금융사들은 신속한 서비스를 고객들에게 제공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금융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신속보다는 정확, 안전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당장은 불편할지라도 그것이 올바른 선택이다.
대중의 관심은 누가 범인이고, 어떤 방법으로 해킹에 성공했느냐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이 사태의 본질은 외부적 침입에 의해 일부 운 나쁜 금융기관이 피해를 본 게 아니라 평소 개인정보를 소중히 여길 줄 몰랐던 안전불감증이 더 근본적인 원인이다.
신속한 문화에 익숙한 우리가 범인 검거에만 열을 올리는 사이 어딘가에서 제2, 제3의 현대캐피탈 사태와 유사한 필연적 사고를 잉태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