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전날 독일 일간 디벨트와의 회견에서 "그리스가 채무 구조조정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리스에 구제금융을 지원하고 있는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오는 6월 내는 보고서에서 그리스가 막대한 채무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릴 경우 추가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쇼이블레는 그리스가 채무조정에 나설 경우, 오는 2013년 이전에 자발적으로 이뤄져야할 것이라며 그 때가 되면 EU의 새 규정이 발효돼 민간 투자자도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의 발언이 알려지자 그리스 정부는 물론 EU와 IMF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며 발끈했다. 하지만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같은날 2년 만기 그리스 국채 금리는 18.3%,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3.4%로 각각 치솟았다. 또 그리스 국채의 부도 위험을 반영하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5년 만기 국채)도 23베이시스포인트(bpㆍ1bp는 0.01%포인트) 급등한 1070bp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불똥은 그리스에 이어 구제금융을 신청한 아일랜드와 포르투갈로도 튀면서 양국 국채 금리를 띄어올렸다.
레나 코밀레바 브라운브라더스 주요 10개국(G10) 전략 대표는 "그리스의 채무 조정은 필연적으로 유럽 금융시스템에 피해를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로렌조 비니 스마기 유럽중앙은행(ECB) 정책이사는 이탈리아 일간 일솔레24오레와의 인터뷰에서 "채무 조정은 유로화에 대한 회의감을 높이고 있다"며 "유로존이 채무를 갚지 못하면 유로화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채무 조정은 사회적 결속과 민주 체제를 악화시키면서 그리스 경제를 힘든 상황으로 몰아 넣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올리 렌 EU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담이 열린 미국 워싱턴에서 유로존 경제가 여전히 취약한 상황에서 (그리스가) 채무를 구조조정할 경우 은행권 전반에 '연쇄 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연쇄 반응이 현실화하면) 은행 여신에 매우 심각한 충격이 가해지는 것은 물론 가계와 개인 모두에 부정적 타격이 가해지면서 경제 회생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쇼이블레 발언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국제사회는 즉각 대응에 나섰다.
올해 G20 정상회의 순회 의장국인 프랑스의 크리스틴 라가르드 재무장관은 같은날 워싱턴에서 가진 회견에서 "그리스 정부는 재정적자 규모를 대폭 감축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채무 구조조정 가능성을 일축했다.
도미니크 스트로스 칸 IMF 총재도 "그리스 국민의 고통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이해한다"면서도 "그리스는 재정위기를 결국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