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규의 중국이야기 13-5> 얼핏 얼핏 드러나는 중화 중심주의

2011-04-15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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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중국속의 ‘아리랑’<br/>한국도 한어(漢語)쓰지 않나요?

(아주경제 최헌규 기자) 중국의 국민가수 한홍(韓紅)의 칭짱가오위안과 함께 아리랑 까지 도매금으로 '중국 민요'가 돼버린 순간이었다. 그렇다고 모두가 함께하는 수업시간에 선생님을 상대로 소란을 피울 수도 없는 일이어서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려 조용히 따져물었다.

“리 선생님, 아까 수업시간에 중국음악을 소개한다면서… 한국 민요 도라지 타령과 아리랑까지 들려준 것은 좀 ……”

“아 그렇군요. 나는 그저 소수민족의 음악까지 포함한 중국 가요를 소개하다 보니... 죄송하게 됐어요”

리 선생이 다소 멋쩍은 표정으로 이렇게 해명을 했지만 한중 고대사와 우리의 동북 이주역사,조선족 동포 문제 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서방 학생들은 아무 생각없이 ‘아리랑은 중국노래’라고 여길 수 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중국은 인삼 '종주국'으로 인정받으려고 국제무대에서 끈질긴 공작을 펴고 있고, 비록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일본은 오래전 '기무치'라는 일본 이름을 앞세워 세계만방에 일본이 김치의 종주국이라고 생떼를 쓴 바 있다.

티베트(중국 시짱) 짱족들의 혼이 서린 푸다라궁이 중국의 문화유산이 된 것처럼 머뭇머뭇하다가는 우리 민족의 골수에 흐르는 아리랑이 정말로 남의 나라 노래로 둔갑하는 것은 아닐까.

리 선생은 결코 그런 류의 사람이 아니지만 사람들 중에는 보면 정말 무지하고 지각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있다. 어떤 고약한 인사들은 주변 국가와 주민, 고유 문화까지 통째로 중국의 일부로 여기는 태도로 무지의 극단을 드러낸다.

언젠가 중국인들과의 단체여행도중 전혀 알 수 없는 말을 쓰는 저장(浙江)성 원저우(溫州) 사람에게 "그게 무슨 말이냐"고 묻자 원저우 말이라고 대답했다.

보통화(베이징 표준말)도 능숙한데 원저우 말도 따로 잘 한다고 하자 이 사람의 대답이 가관이다.

“조선족들이나 당신네 한국인들이 보통화도 하고 한국말(조선말)도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인데 뭐가 대단하냐는 얘기였다. 은연중 한국인인 나를 중국의 어느 지역 주민 또는 소수민족의 하나로 취급하는 것과 같은 발언이었다.

한번은 이보다 더 어이없는 일을 경험했다. 어느 지방 도시의 한 음식점에서 우리 한국사람들끼리 모여 식사를 하는 자리였다. 한참 식사를 하던 도중 옆 좌석의 중년 남성이 한국 말로 얘기를 나누는 우리 일행을 빤히 바라보다가 신기하다는 듯 "어디 사람들이냐"고 물어왔다.

일행 중 한 사람이 한국 사람이라고 대답하자 그는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이상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영문을 몰라 ‘당신 말이 무슨 뜻이냐’고 묻자 그의 대답이 참으로 황당하기 이를데 없었다.

알보고니 이 무지몽매한 인사는 대한민국이 변방에 있는 중국의 일부라고 크게 착각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러니 말도 당연히 중국말인 한어(漢語)를 사용하는 줄 알았다는 것이었다.

맥이 탁 풀렸다. 인구가 많다보니 정말 별아별 사람이 다 있구나 싶었다. 하지만 얼핏 또 다른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무식해서가 아니라 어쩌면 이런게 그들의 무의식속에 잠재된 중화 중심주의가 아닐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다 보니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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