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5월8일 서울 소격동 선컨템포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작가 고상우는 예술가보다 광대로 불리는게 더 좋다고 말했다.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네거티브 사진작가' 고상우(34). 국내외 미술시장에서 떠오르는 현대미술 블루오션이다. 최근 홍콩 캣스트리트 갤러리에서 가진 개인전에서 pioneerof biue photography(푸른색 사진예술의 선구자)로 비평가들에게 인정받았다. 뉴욕을 전초지기로 아시아 유럽을 종횡하며 다양한 활약상을 보여주고 있는 그가 한국에서 다섯번째 개인전을 연다. 전시 타이틀은 'pretty powerful'. 작품은 꽤 강력하다. 더욱 역동적이고 화려해졌다.
11일 서울 소격동 갤러리선컨템포러리에서 전시하고 있는 고상우를 만났다. 전시장에 내건 작품은 회화 오브제 퍼포먼스가 뒤섞여 독특한 작업방식을 선보이고 있다. 마치 공연을 보는 것 같다.
"작업과정을 대중에게 공개한다는 의미로 퍼포먼스 공연을 시작했는데 앞으로는 지속적으로 공연할 계획입니다. 작가들도 이제는 한가지 장르로는 경쟁력이 없어요. 저도 종합예술적인 제작방식을 고수한다고나 할까요. "
회화 퍼포먼스 사진을 혼합한 작품. 그는 "내 작품은 단순한 사진 작품이 아니라 혼합매체(mixed media)"라고 말했다.
Burning flower_Archival digital print on diasec_52x40in._2011 |
푸른색의 '네거티브 사진'은 고상우의 브랜드다. 해외에서 평가처럼 이미 '푸른색 사진예술의 선구자'가 됐다. 하지만 그는 '반전 사진'하는 작가로 한정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비디오아트도 보여주고 싶고,연극배우도 하고 싶다"고 했다.
2000년 미국 시카고 예술대학에서 회화와 연극을 복수 전공한 작가는 한때 공연에 미쳐있었다. 가발을 뒤집어쓰고 마릴린 먼로처럼 변장하고 타임스퀘어를 돌아다니기도 했고 지하철에서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필름카메라 작업을 하면서 암실에서 발견한 호기심은 그를 열정의 사진작가로 만들었다.
2001년 첫선을 보인 잘못나온 사진같은 작품, 거칠고 푸른색의 마릴린 먼로로 분한'미스 아메리카'는 '고상우'라는 이름을 대신했다.
23살 동양인 청년의 '역발상 미학'은 당시 미국 화랑계를 깜짝놀라게 했다.
사진을 인화하기 전 역상으로 된 색감. 컬러 음화로 만드는 과정에서 색과 이미지가 바뀐듯한 사진이다. 음화는 어두운 색조가 밝은 색이 되고 붉은 색은 푸른색으로 변한다. 누드가 푸른색인 이유다.
'반전 사진'의 시작은 단순했다. "필름을 현상소에 맡기전에 햇빛에 보면 파랗게 보이잖아요. 그런데 환상적이고 우울한 푸른색이 마음에 들더라고요. 생각해보니 네거티브로 있다가 포지티브로 나오는 것도 필름원칙에 위배된다는 생각도 들고, 호기심이 생겼죠. 필름에 보이는 푸른색을 유지하려고 연구많이 했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하면서 예술가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15살에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인종차별을 겪고 자아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며 "동양남성은 동양여성보다 더욱 미국 문화예술계에서 괄시를 받는다"고 말했다.
반전된 색에 매료된 그는 이후 '뒤집힘과 다름'에서 오는 차이에 집중했다. 관습, 인종 성의 문제와 같은 사회적인 이슈로 이어졌다. 뚱뚱한 여인의 풍만함을 부각하며 아름아움에 취한 현대사회를 비판하기도 했다.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갈등의 표출이었다. (작가는 뚱뚱한 여인 조각으로 유명한 조각가 고정수씨의 아들이다.)
"매튜바니, 신디셔면, 백남준을 존경한다"는 그는 자신의 작품을 통해 고정관념의 틀을 깨고 자유로워졌다. 그동안 이미지의 음화로 인한 시각적 충격효과의 테크닉과 메시지를 부각하는데 일조했다면, 신작들은 여성의 신체와 꽃이라는 소재에 사랑을 담아 회화적인 감성을 입혔다.
작품은 주인공과 대화를 통해 신뢰를 쌓는 과정을 거쳐 자전적인이야기로 탄생한다. 수개월씩 걸리는 작품의 테크닉은 희소성이지만 제작과정은 아날로그적이다. 전시장 1층에 걸린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화면속 모델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 연작의 주인공은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 출신 발레리나다. 자유와 꿈을 향유하기위해 노력하는 개인의 몸짓을 아름다고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작품에는 꽃과 나비가 자주 등장한다. 천경자의 미인도가 떠오를 정도다.
“제 작품은 현실에서 벗어나 환상으로 향하는 입구라고나 할까요. 현실과 픽션 사이의 가느다란 경계선에 존재한다고 보면 됩니다. 저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새로운 세계를 재조명하고 재구성합니다. 꽃은 사랑을,나비는 자유를 의미합니다. 다양한 문화적 시선과 사회적 경계를 허물어 버릴수 있는 자유지요."
고상우, Pierrot, 2010, Archival digital print on diasec, 42x60in |
이번 개인전에는 자신을 모델로 한 ‘삐에로’시리즈도 전시한다. 감은눈 위에 분홍색 하트가 그려진 삐에로의 표정은 신비롭다.
해가 거듭할수록 정교해지는 색감과 회화적 구도, 사진과 회화, 현실과 픽션, 디지털과 아날로그 사이의 간극에서 예술성을 줄타기하고 있는 그는 스스로를 "광대"라고 했다.
"제 카메라 셔터가 찰칵하는 매 순간순간이 제가 예술가로 사는 이유입니다. 세상은 나를 예술가가 아닌 광대라 부릅니다. 그래도 저는 예술가보다 광대가 더 좋습니다. 제 안에 내가 너무 많거든요. 저는 평생 작가로 활동할 것이고, 또 다양한 것을 하고 싶은 욕망이 많습니다. 사진작가로만 봐주지 마세요. 하하." 전시는 5월 8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