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환자들?

2011-04-11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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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발표 공포감만 조성… 정부와 의료계의 엇갈린 대책

(아주경제 이규복 기자)정부와 의학계가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국민들에게 혼란과 공포, 불안을 조장하고 있다.

지난 2월말 공개된 대한간학회의 공익광고를 시작으로 3월 한달간 각종 의학회의 조사발표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여기에 정부가 발표한 통계자료 역시 이 같은 공포감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의학계 건강 공포감 조성?
대한간학회가 지난 2월 간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한 ‘간염광고’가 지나친 사실적 묘사로 인해 논란이 됐다.

문제의 광고는 정기검진의 중요성을 간과하다 환자의 부주의로 황달과 복수 등의 B형간염 합병증으로 악화된 말기 B형 간염 보유자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특히 ‘복수’가 찬 환자의 모습을 근접 촬영해 인식 개선보다도 B형 간염과 싸우는 환자와 가족들에게 좌절감을 심어준다는 우려와 비난이 쇄도했다.

이에 대해 학회는 환자들에게 심적 부담을 줄 수는 있지만 공익광고인만큼 이해해달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앉았고 결국 1개월여만에 막을 내렸다.

줄줄이 이어진 각종 학회의 발표도 국민들을 불안하게 만들기는 마찬가지다.

지난달 9일 대한치주과학회는 자체조사 결과 치주병(잇몸병)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63%에 달했고 이 가운데 35%는 실제 중증 치주병 증상을 앓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응답자의 18%는 잇몸 뼈 소실을 동반한 치주병 환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견·주관절학회 역시 지난달 24일 어깨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가 2005년에서 2008년 사이에 20% 이상 증가했으며 수술환자는 4배 이상 급증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30일에는 대한비뇨기과학회가 전립선비대증은 중년 이상부터 대부분의 남성에게 흔히 발생하는 질환으로 성생활 만족도가 정상인에 비해 3배 이상 낮다고 발표했다.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 유방·갑상선암센터는 30대 여성의 절반 이상은 암 발견이 어려운 ‘치밀유방’이라 밝혔다.

◆엇갈리는 정부대책과 의료계 조언
이 같은 공포감(?)을 유발하는 발표는 정부 역시 뒤지지 않는다.

질병관리본부의 발표에 따르면 매년 3만명 이상의 새로운 결핵환자가 발생하며 인구 10만명당 결핵 발생률은 88명, 사망률은 5.5명으로 OECD 회원국 중 1위를 차지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5년 동안 ‘후천성 무지외반증(발가락 기형)’ 진료환자가 77%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역시 건강에 해로울 수 있는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 4명 중 1명은 질병을 앓고 있거나 의심된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의료계와 정부의 발표는 사실상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가 잠재적 질환자이거나 이미 환자임에도 본인이 인식하지 못할 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의료계는 “의료기술과 장비의 발달 및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진단받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환자가 증가한 면이 있다”며 “결국 질병을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반면 정부는 “우리나라 국민들이 유독 병원을 많이 찾는 경향이 있어 보험료 지출과 환자 수가 늘었다”며 “생활 속에서 식습관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병원을 자주 찾으라는 쪽과 병원을 자주가지 말고 식습관을 개선하라는 양측의 다른 주장은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

정부와 의료계가 상호 보완과 조율을 보다 진실 되고 효과적인 대책마련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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