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G7의 외환시장 공동개입, 엔화 강세 막을 수 있을까?

2011-04-07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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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8일 주요 7개국(G7)은 엔화의 급격한 강세를 막기 위해 공동으로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했다. 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일주일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진 일이다. 2000년 9월 유로화 약세를 막기 위해 단행됐던 공동 시장개입 이후 약 11년 만에 이뤄진 개입으로 76.25엔까지 급락했던 엔·달러 환율은 82.0엔 선까지 단숨에 급등했다.

G7은 공동성명에서 "과도한 외환시장 변동성과 무질서한 환율 움직임은 실물경제와 금융시장 안정을 해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엔화 초강세는 일본경제 뿐만 아니라 G7 회원국 경제에도 타격을 준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2010년 기준으로 일본경제는 수출이 경제 성장률에 기여하는 비율이 77%로 매우 높아 환율변동에 민감하다. 세계에서 일본경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5.8%(구매력평가 명목GDP)로 높지 않지만, 핵심 부품소재의 글로벌 공급 기지라는 점에서 일본경제의 위축은 세계경제에도 타격을 준다.

G7이 공동개입에 나선 주된 이유는 전 세계에 투자된 일본자금이 한꺼번에 과도하게 이탈하는 것을 막아보자는 취지였을 것이다.

2010년말 기준으로 일본이 전세계에 보유한 해외증권투자자금은 3.3조 달러에 달한다. 일본의 외환보유액 규모도 1조1000억 달러 중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많다. 특히 일본의 미국 국채 보유 규모는 8836억 달러로 중국(8916억 달러, 2011년 1월) 다음으로 많다.

엔화 강세 심리를 조기에 차단하지 않으면 이들 자금이 대지진 피해복구 수요 이상으로 이탈한다는 것이다. 이는 곧 미국 및 유럽 국채금리 상승, 주가 하락 등 국제금융시장의 혼란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이번 G7 개입이 과거 사례처럼 고강도 및 장기간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이번에는 1985년 이후 2010년까지 5차례의 외환시장 공동 개입에 비해 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과거와 달리 한 국가라도 견조한 경제성장세를 보이는 국가가 없다. 1980년대는 일본과 독일, 1990년대 및 2000년대는 미국이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으나 최근에는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미약한 회복세를 보이는 미국 등 주요 선진국 경제가 전반적으로 어렵다. 그 만큼 자국통화를 장기간 강세로 끌고 가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물가가 반영된 엔화 가치가 1995년 수준에 비해 비싸지 않아 장기간 공동 개입의 명분도 약하다. 1995년 이후 일본 물가는 하락했지만 미국 및 유럽 물가는 많이 올라 엔화의 구매력이 상대적으로 커졌다. 그 동안 공들여 왔던 위안화 절상 요구도 앞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또 중국 등 신흥국의 외환시장 개입에 명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부담스러울 것이다. 수개월 전 서울 G20회의에서 국제사회가 외환시장 개입을 하지 말자고 합의한 것을 스스로 뒤집는 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공동개입은 단기간에 그치고 그 목적도 장기간의 엔화 약세 유도보다 엔화의 급격한 강세를 막는 데 그칠 것이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엔화는 시장 요인 때문에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일본의 국가부채는 명목 GDP대비 200%를 이미 넘었다. 재정위기가 불거진 그리스(129%), 아일랜드(104%)보다 2배 정도 높다. 국채의 90% 이상을 일본 거주자가 보유하고 있다 하더라도 적은 것은 아니다.

아울러 이번 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막대한 엔화 유동성이 풀렸다. 일본은행은 지진 이후 약 50조엔의 자금을 공급하고 중앙은행의 자산매입한도도 5조엔으로 증액했다. 고베 대지진 당시 유동성 공급액 5000억엔에 비하면 엄청난 규모다. 여기에 ECB는 정책금리를 곧 인상하고, 미국의 금리인상도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일본 지진 및 원전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해소되면 국가부채문제로 낮아진 일본의 대외신인도, 막대하게 풀린 엔화 유동성, 유럽과 미국의 금리인상과 맞물리며 엔 캐리 트레이드(엔화 자금의 해외 이탈)도 다시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엔화 가치는 단기적으로 현 수준에서 등락을 보이다, 장기적으로는 일본 및 글로벌 요인으로 인해 점차 약세를 보일 전망이다.

한편, 막대하게 풀린 엔화 유동성으로 인해 국내외 금융시장이 크게 출렁거릴 수 있다. 당국과 기업이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주시하고 대응해야 할 부분이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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