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불쑥불쑥 터지는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결국 국세청 이미지뿐만 아니라 국세공무원 개개인에게도 심각한 상처를 입혀왔다.
실제로 지난해 모 납세자는 역대 국세청장들이 비리혐의로 구속된 것과 관련해 "국세청장이 그러니 일개 세무공무원이라고 별 수 있겠느냐"며 본분에 충실한 국세공무원들을 깎아내리기 일쑤였다.
일부 몰상식한 고위공무원과 몇 명의 국세공무원들로 인해 선의의 피해를 보는 국세공무원들. 물론 부분만 보고 전체를 평가하는 국민들의 선입견 또한 문제일 수 있겠지만, 우선 당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국세공무원은 그 어느 공무원보다 청렴성을 가장 강한 무기로 갖추는 게 바람직하다는 점이다.
그래야만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검찰과의 질긴 악연으로 시련을 겪고 있는 국세청이 올곧게 설 수 있는 것이다. 최근 국세청이 내부 통신망을 통해 공개한 '감사 사례집'을 보면 업무와 관련된 지적사항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피나는 노력과 통찰력이 없으면 찾아낼 수 없는 수범 사례들이 눈에 띈다.
대표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하면 일선세무서에 근무하는 A 직원은 소유권 미이전 상태를 장기간 방치하거나 양도소득세 과세자료가 원천적으로 발생하지 않는 신탁재산에 대한 과세자료 수집 및 분석 등을 통해 수백억원의 양도세를 추징했다.
또 다른 관서에 근무하는 B 직원은 부동산 거래동향을 파악하고 치밀한 사전분석으로 양도소득세 탈루혐의자를 색출, 140억원에 이르는 세금을 거둬들였다.
이밖에도 일선세무서 C 직원은 투기지역 내 부동산을 공익사업시행자에게 수백억원에 양도하고 취득가액을 환산가액으로 신고한 것에 대해 전 소유자를 끈질기게 설득해 실거래가 수십억원을 확인, 양도세 수억원을 추징했다.
이들은 하나같이 국세공무원이 좋아 국세청에 들어왔고, 국세공무원이라는 직업을 소명의식처럼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전·현직 국세공무원들의 비리 및 구속 등으로 인해 이들이 납세자들로부터 때 아닌 쓴소리를 듣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사건 당사자는 떠나고 없는데 남은 자들이 욕을 먹는다는 것은 너무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국민들은 국세청을 새로운 눈으로 봤으면 좋겠다.
범법자는 몇 명인데 이들이 속한 조직의 일원이라는 이유만으로 납세자들에게 쓰딘 쓴 욕을 들어야 하는 직원들이 안쓰럽다. 음지에서 일하며, 국가경제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노력하는 국세공무원들.
존귀한 납세자들이여! 이제 세무서를 방문해 마주하는 국세공무원이 있거든 '파이팅!' 하고 따뜻한 격려를 보내주었으면 좋겠다. 칭찬과 격려는 고래도 춤추게 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