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을 촉진하겠다는 원론적인 문구만 담겼을 뿐 정작 원인을 밝혀내는 데는 실패함으로써 혼란만 가중시켰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수익구조를 전부 공개하겠다는 정부의 판단이 결국 무리수였다는 것으로 예고된 결과에 다름아니다.
고유가 상황에서 정유사들만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정부가 나서서 해소하겠다는 취지만 퇴색됐다.
특히 논란의 초점이 돼 온 이른바 '비대칭성(오를 때는 확, 내릴 때는 찔끔)'과 관련 TF 결과 발표가 세번씩이나 연장되면서 기대감이 높았지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고 있다.
사실 이미 여러 연구결과에서도 비대칭성은 국내 기준가격이 특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전혀 새로울 게 없는 내용이다.
TF에 참여했던 윤원철 한양대 교수는 "이번에는 문제제기 자체에 문제가 있었다"면서 "안되는 문제를 가지고 답을 내려고 했다"며 비대칭성 문제를 제기했던 전제자체에 근본적인 잘못이 있었다는 점을 시사했다.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상당 기간 비대칭성이 있었음을 확인했다"는 점을 정부가 처음으로 인정했다는 것 뿐이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직접 "원가를 직접 들여다보겠다고" 의욕을 보인 것도 무리한 판단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원유를 들여와 휘발유, 경유, 등유를 비롯한 석유제품과 LPG, 석유화학제품의 원료인 나프타 등을 연쇄적으로 생산하는 정제 스트림 구조는 복잡하다.
정부가 이번 발표에서도 인정했듯이 애초에 원가정보를 스스로 밝혀낸다는 게 무리수 였다는 것만 명백해졌다. 정부가 시장개입을 하겠다는 반발만 불러일으킨 꼴이 됐다.
결국 정부의 잇따른 압박이 최근 정유4사가 선언한 휘발유·경유 가격 한시적 인하발표를 유도해 내긴 했지만 후폭풍을 우려할 만한 상황을 자초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대책 역시 그동안 나온 정책을 답습하는 데 그쳤다. 전자상거래를 통한 석유현물 시장방안은 지난 2000년, 석유 선물시장은 2008년 각각 추진됐다가 무산된 전력이 있다. 당시 세제인센티브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거 외에는 특별히 달라진 것이 눈에 띄지 않는다.
그나마 정부가 품질관리를 하는 선에서 타사 석유제품을 혼용해서 판매하도록 하겠다는 내용도 검토과제에만 올렸을 뿐 시기나 구체성이 담보되지 못하고 있다.
수익을 추구해야 하는 정유사 입장에서는 자사 폴 주유소 이용고객을 대상으로 지급하는 각종 포인트 카드를 제공할 유인이 줄어드는 역효과도 예상되고 있다. 더구나 대책에 포함된 '석유수입업 활성화'는 정부 스스로도 효과에 대해서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있는 눈치다.
유가급등시에는 해외 수입석유가 오히려 국내 시장가격보다 높아 가격경쟁력을 가지기 어려울 뿐더러 높은 국내 석유제품의 환경기준으로 수입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에너지 시민단체 관계자는 "유류세 인하 방안은 추후 검토방안이라고 언급했을 뿐 그동안 나온 대책에서 별다른 게 없다"고 TF 결과를 평가절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