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에서 기차로 갈아타자 비행기를 탄듯 편안했다. 마치 날개를 달고 공중을 붕붕 날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기차는 금새 산시성의 수도인 타이위안에 도착했다. 화물칸으로 가서 자전거를 찾아 늦은 아침을 먹기위해 타이위안 시내로 나갔다. 타이위안역 근처 양석 대가라는 곳의 한 음식점에 들러 소금에 절인 오이 김치에 만두와 좁쌀 죽을 시켜 아침을 때웠다.
기차안에서 체력을 비축하고 아침식사까지 해결하고 나자 다시 활력이 생기면서 역시 자전거 여행은 훌륭한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 여행의 매력은 마음이 끌리고 발길이 닿는 대로 아무곳이나 편하게 다닐 수 있다는 것이다. 낯선 곳에서 조용히 페달을 밟다 보면 일상의 따분한 궤도에서 일탈하는 해방감을 맛볼 수 있다. 자전거 위에서는 도시의 어지럽고 숨가쁜 속도감에서 벗어나 내 맘대로 시간을 끌고 가는 호사를 누릴수도 있다.
웨이교수가 제안한 자전거 여행은 참으로 재밌는 계획이었다. 승용차 밖으로 보이는 세상은 눈이 팽팽 돌아갈 정도로 너무 바쁘고 혼란스럽다. 하지만 자전거 위에서는 정지돼 있거나 슬로비디오 같은 느린 세상이 보인다. 페달을 밟아야하는 수고스러움은 있지만 비행기 처럼 비좁거나 자동차속에서 짐짝 같이 옮겨지는 느낌도 아니어서 좋다.
아침 식사후 타이위안 시내에서 약간 떨어진 쐉타(雙塔)사라는 절을 관람하고 약 20㎞를 더 달려 3000여년전 주나라때 유적, 진츠 사당을 찾았다. 진츠에는 5000년 수령의 향나무가 희끗희끗한 색깔에 신비스런 모습으로 사당의 연륜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진츠를 떠나 208번 국도를 타고 국도상에 접해있는 치(祁)현으로 열심히 페달을 밟았다.
치현시내에 도착하기 전 산시성 상인 즉, 옛 진상(晋商)의 본가 유적인 챠오쟈(喬家)대원이라는 곳을 찾았다.
챠오쟈 대원에는 청나라 챠오쟈 재벌의 250여년 영화가 6개의 큰 뜰과 313칸의 셀수 없이 많은 방에 고스란히 보존돼 있었다. 영화 ‘홍등’의 촬영지도 바로 이곳에 있었는데 대원의 크고 작은 뜰마다 둥근 홍등이 아니라 산시성 특색의 길쭉한 홍등이 걸려 있는 것이 이채로 웠다.
웨이 교수는 청나라 최고의 경영가였던 챠오쟈 대원의 재벌이 평소 주변 사람들에게 ‘다섯가지 금기’ 사항을 강조했다는 고사를 귀뜸해줬다. 그 중 술 아편 도박 여자는 특별할 게 없었으나 마지막에 언급한 ‘하인(직원)을 학대하거나 상하게 하지 말것’을 당부하는 항목이 흥미를 끌었다.
챠오쟈 대원을 뒤로 하고 다시 치현을 향해 페달을 밟았다. 치현에 입구에 들어섰을 때 다들 너무 지쳤고 태양도 이미 서편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저물어 가고 있었다. 우리는 치현의 홍산(洪善)이라는 시골 면만한 작은 고을의 여인숙을 찾아 여장을 풀고 휴식을 취했다.
(아주경제 최헌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