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기술의 LG(테크놀로지 컴퍼니 LG)’를 기치로 내세운 구본무 회장의 경영 방침이 그대로 반영된 것. 구 회장은 시간이 날 때마다 임직원들에게 R&D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1월 신년사에서도 “미래 핵심기술, 원천기술 확보 위한 R&D투자는 위축되지 말고 확대해 나가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LG는 지주회사체제를 출범시킨 2003년부터 R&D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왔다. 그해 1조6000억원이었던 LG의 R&D 규모는 지난해 말 3조7000억원으로 130% 가량 증가했다.
LG는 디스플레이 부문에서 시설투자가 줄어들었던 시기에도 R&D 투자를 늘려왔다. 2005년 2조2000억원에서 2006년 2조5000억원, 2007년 2조6000억원으로 지속 확대해 왔다.
특히 LG는 2008년 금융위기로 글로벌 기업들이 투자를 줄일 때도 미래를 대비해 투자규모를 오히려 확대했다. 2009년 LG의 R&D투자는 전년대비 7.1%가 증가했다.
LG 관계자는 “구 회장의 이 같은 의지에 부응해 그룹 내 계열사들이 R&D 관련 인력과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투자와 함께 R&D 인력도 적극적으로 충원하고 있다. LG는 올해 채용할 9000명의 대졸사원 중 50%가 넘는 5000명을 R&D 인력으로 뽑기로 했다.
R&D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은 올해 대졸 채용인력 중 80% 이상을, LG화학은 60% 이상을 R&D 인재로 선발한다.
LG는 R&D 인력에 대한 확실한 동기도 부여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13일 세계 최고의 핵심인재 육성을 위해 역량과 성과가 뛰어난 연구개발 및 전문직군 부장을 임원급으로 대우하는 ´연구·전문위원´ 제도를 확대 시행키로 했다.
이와 관련, 회사 측은 파격적인 보상과 더불어 임원에 준하는 복리후생 혜택을 제공, 전문직군 핵심인재들이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한편 6년차 이상 연구·전문위원 중 심사를 거쳐 전무급 ‘수석 연구·전문위원’으로 승진시키는 위해 이 제도를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전문위원들은 매 3년 단위로 성과를 검증 받게 되며, 성과와 역량이 우수할 경우 정년까지 안정적인 환경에서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또한 해당 직무에 장기적으로 꼭 필요한 인재라 판단되면 정년을 넘어서까지도 근무할 수 있다.
LG화학도 최근 4명의 연구원을 ´연구위원´으로 신규 선임했다. 연구위원으로 선임되면 임원 수준의 보상과 처우가 보장된다. 특정 분야의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성과 평가를 3년마다 받게 된다.
LG이노텍은 올해부터 연구위원들에게 기존에 임원급에만 제공되던 해외출장시 비즈니스석 이용을 허용했다. 우수한 R&D 인력들의 피로도를 줄여 좀 더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밖에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R&D와 생산현장간의 빠른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사업본부와 지역생산현장을 오가는 셔틀헬기를 운영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부터 서울-구미, 서울-파주, 구미-파주간 셔틀헬기를 운행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작년 상반기부터 셔틀헬기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경기도 파주와 경상북도 구미를 오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