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퇴임하는 김 원장은 15일 출입기자들과 오찬을 하는 자리에서 “문제만 생기면 금가무언이 뭐든지 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검사하고 제재도 많이 했는데 이제 좀 서운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법과 시행령을 바꾸는 것도 마치 금감원이 한 것처럼 오해되면서 ‘금감원은 뭐했나’라는 지적을 한다”며 “기능과 권한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토로했다.
저축은행 연쇄 영업정지 처분에 대해서는 “삼화저축은행이 금융위기 직후 영업정지를 당했으면 금융시스템이 붕괴됐을 것”이라며 “위기 때 그런 사태가 일어났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 일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위기 당시에는 은행 등 시스템 붕괴를 막는 데 주력했고 지난해부터 저축은행에 대한 감독을 강화하면서 10년 동안 누적됐던 저축은행 문제가 한계에 다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에 대한 규제를 지나치게 완화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지난 2006년) 저축은행법 시행령을 바꿨는데 그것은 재정경제부에서 했다”며 정책 부처의 책임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원장은 재임 중 가장 결정하기 어려웠던 문제로 KB금융 사태를 꼽았다.
그는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 모두 가까운 사람”이라며 “사심을 버리면 일하기 어렵지 않으면 일하기 편하지만 여기 와서 사람 사귀거나 그런 건 안 되더라”고 회고했다.
금감원 출신 인사가 금융권에 재취업하는 ‘낙하산 인사’ 논란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가 전문성을 별로 인정하기 않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라며 “내가 금융감독위원회에서 금감원으로 온 것도 따지고 보면 낙하산이지만 전문성을 인정했기 때문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 원장은 “(직원들에게) 금감원은 인기를 얻을 수 없고 사랑을 받기도 어렵지만 신뢰는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며 “나도 ‘내일 떠날 것처럼 준비하고 영원히 머무를 것처럼 일하라’는 문구를 새기며 일했다”고 강조했다.
퇴임 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당분간 그냥 쉴 것”이라며 “법무법인으로 가는 등의 문제는 나중에 생각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