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上海)의 120년 전통 사찰 위포찬스(玉佛禪寺)에서는 쟈싱(覺醒)이라는 주지 스님이 기업을 뺨치는 첨단 경영기법으로 사찰운영에 변혁의 바람을 일으켜 화제를 모았다.
자싱스님은 위포찬스의 세속화및 기업화 개혁을 주도하면서“마당 쓸고 공양이나 올리는 게 승려의 본분이 아니다”고 역설했다. 그는‘사찰은 기업, 승려는 비즈니스 맨.’이라는 구호를 입에 달고 산다.
자싱은 승려들에게 불경 대신 경영학 서적을 들고, 법당이 아닌 MBA 강의실로 향하도록 독려했다. 승려들은 불경을 외는 대신 상법과 마케팅 재무관리 등 속세 학문에 열중하고, 애플의 성공 스토리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다.
사찰안의 도서관에는 경제 잡지 차이징과 경제일보, 국제금융보 와 같은 신문 잡지가 빼곡히 비치돼 있다. 황색의 법복을 입은 이절의 승려와 보살 18명은 대학에서 MBA 위탁교육을 받았다. 승려들은 한국어와 영어 일어 독일어 프랑스등의 외국어를 배우고 있으며 조만간 각 해당국으로 언어연수도 떠날 예정이다.
중국인들에게 있어 종교는 신앙보다는 사업 수단으로서 훨씬 더 요긴한 것 같다. 신성화된 마오저둥(毛澤東)의 그림이나 조각품은 최고의 인기 관광 기념품이 됐고, 마오의 저작과 어록들은 마치 불경과 성경처럼 판매되고 있다. 필요하다면 어느날 마오쩌둥에게 카톨릭의 신부복이나 미사 복장을 입힐지 모르는게 바로 중국인들이다.
종교의 영역은 아니지만 콩쯔(孔子)나 유교도 마케팅의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2000년대 후반들어 콩쯔 사상을 재조명하는 차원에서 논어 이야기’가 중국의 서점가와 안방 극장을 달구더니 어느사이엔가 중국사회에는 ‘양복입은 콩쯔’가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장시(江西)성 난창(南昌)의 한 의류 기업이 마케팅의 일환으로 콩쯔와 라오쯔(老子)에 서양 양복을 입혀 자사가 생산 판매하는 양복의 패션 모델로 내세운것. 이 광고에서 각각 희고 검은 수염을 매단 채 양복에 넥타이까지 매고 희화화된 콩쯔와 라오쯔는 영락없는 기인의 모습으로 돌변했다.
양복과 넥타이를 착용한 콩쯔와 라오쯔 광고를 둘러싸고 중국 사회 일각에서는 전통문화를 훼손하는 불경스러운 행위라고 발끈하며 즉각 광고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나라의 성인인 콩쯔에 양복을 입힌 것은 돈에 눈이 멀어 국가와 민족 정신을 팔아먹는 매국 행위와 다를게 없다는 비난도 터져 나왔다.
이에대해 해당 기업측은 콩쯔를 패션 모델로 내세운 것은 나름대로 창의적인 마케팅 기법이라고 반박했다. 반대측 논리대로 라면 국가 지도자들부터 당장 양복을 벗고 탕쫭(唐裝)과 같은 중국 전통 복장으로 갈아 입어야하는게 아니냐는 주장을 내세웠다.
일부 문인들도 “캔터키와 싱바커(스타박스)를 애용한다고 중화의 유구한 정신문명이 서구문화에 오염되는 게 아닌 것 처럼 양복 한벌에 콩쯔사상이 훼손되는 것이 아니다”며 그리 호들갑을 떨 일이 아니라고 주장, 기업들의 입장을 옹호하고 나섰다.
논란에 대해 장시성 당국은 “관련 법규에는 고대 문화 명인을 광고 모델로 내세울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고 지적한 뒤 “다만 콩쯔와 같은 성인을 과도하게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그다지 권장할 일이 아니다”며 어정쩡한 입장을 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