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올림픽선수들은 개그맨?..김성윤의 'Authentic'전

2011-02-2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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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번지 갤러리 24일~3월 27일까지

Chris Crick Mimicking deer_2010_Oil on canvas_100 x 100cm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기묘하고도 우스꽝스러운 느낌,‘19세기의 초상화가 존 싱어 서전트(1856~1925)가 초기 올림픽 아카이브에서 보이는 이상야릇한 모습의 선수들을 그렸었더라면?'이라는 호기심에서 시작됐다.
작가 김성윤이 24일부터 서울 사간동 16번지 갤러리에서 'Authentic'타이틀로 개인전을 연다. 초기 올림픽선수들의 초상작품 시리즈가 선보인다. 

작품은 경기 후에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기념초상화의 형식이다. 초상화의 주인공들은 트로피를 한 손에 들고 있거나 자신이 출전했던 경기를 상징하는 기념물과 함께 진지한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몸에 딱 달라붙는 하의나 내복을 연상시키는 의상을 입고 있는 그들에게서 현대적인 스포츠 영웅의 카리스마를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초기 근대 올림픽에는 유니폼이랄 것이 없었고, 전문 직업 운동선수가 있었던 것도 아닌 만큼 지금의 전문화되고 고도로 과학적인 스포츠의 제전인 현대적 올림픽에 익숙한 우리에게 초기 근대 올림픽은 낯설고도 어설픈 코미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사라진 올림픽 종목들에 참가했던 선수들 모습을 사진으로 재현, 존 싱어 서전트라는 전통 초상화가의 회화 기법으로 풀어냈다. 사전트는 미국에서 태어났으나 19세기 말 파리로 이주해 작업했던 초기 인상주의 화가 중 한 사람으로, 특히 유럽 상류사회 인물들의 초상화로 이름을 알린 작가이다. 아카데믹한 화풍에 기반하면서도 전통적인 형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색채와 기법을 도입했던 그는 1894년 발표한 <마담 X>가 보여준 대담하고도 사실적인 묘사 때문에 파리 사교계에서 퇴출당하기도 했다. 

 전유신 아르코미술관 큐레이터는 전시서문을 통해 "100년전 초상화이 대가인 사전트와 올림픽 기념 초상화를 연결시키는 흥미로운 발상이 독특하다"며 "덕분에 그의 작품은 근대 올림픽 사진으로부터 시작되었다는 배경지식이 없이 접할 경우 잡지 화보 촬영을 위해 20세기 초의 복고풍 패션을 입은 채로 세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델들을 그린 것으로 보일만큼 현대적으로 재현되었다"고 밝혔다. 

Figure skating, John Foster_2010_Oil on canvas_193.9 x 112.1cm

그림 속에서 근대 올림픽의 선수들로 변한 모델들은 작가의 친구이거나 이태원에서 찾아낸 사진 속 이미지와 가장 닮은 외국인 모델들이다. 모델들 역시 때로는 화가에게 왜 이런 민망한 의상을 입어야만 하는지 불만을 드러내기도 하는 살아있는 인물들로, 김성윤은 실존하는 모델들의 불만까지도 화폭에 포착 현장성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번 작품은 상상력의 리얼리티를 살리기위해 작품 컨셉, 그리고 의상, 모자, 설치물, 오브제 등과 같은 그 속에 등장하는 소품을 손수 제작하는 노력을 들였다.
작가는 "과거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또한 그렇기에 유토피아적인 희망을 내포한 공간일 수 있다"며 "약간의 상상력과 재구성된 나의회화는 망각된 과거를 들춰보고 있어 은폐된 현재를 가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국민대 예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한 작가는 지난해 갤러리현대 윈도우갤러리에서 소개된 이후 홍콩 아트페어에 참여, 작품이 모두 판매되며 주목받았다.
한편, 갤러리 16번지는 갤러리현대가 운영하는 프로젝트 전시공간이다. 개성있고 진취적인 국내외 작가들을 위한 공간으로서, 예술의 실험성과 대중성을 함께 모색하고 있다.전시는 3월 27일까지.(02)722-3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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