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국내 반도체 양대 축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D램 부문 세계 1, 2위를 달리고 있다. 낸드플래시 역시 각각 1위와 4위에 올랐다. 메모리 전체로도 1, 2위에 나란히 등극한지 오래됐다.
하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비메모리 시장은 미국 등 선진업체들이 독차지하고 있다. 시스템반도체 시장은 전체 시장의 70%에 달한다. 30%의 시장에서 절반에 달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반도체 강국이라는 타이틀을 얻기에는 부족한 이유다.
아울러 업황의 기복이 심한 메모리 사업의 위험성이 높아 안정적인 경영 역시 힘겹다. 메모리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기업들은 지년 수년간 가격하락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반짝 시장이 좋아졌지만 하반기부터 다시 가격 하락이 시작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이에 한국 반도체 산업은 비메모리 부문에서 역습을 준비하고 있다. 처음 메모리 산업에 도전할 당시 미국과 일본 기업들이 코웃음을 쳤지만 한국 반도체 산업은 이들을 밀어내고 선두자리를 장기독주하고 있다. 이같은 성과와 자신감을 바탕으로 그 세력을 넓히고 있는 것.
특히 삼성전자의 비베모리 산업은 상전벽해를 거듭하고 있다. 2004년 시스템LSI 5개 품목 일류화에 뛰어든 삼성전자는 2008년 이를 8개 품목으로 확대했다. 현재 이들 품목은 글로벌 1위를 달성했거나 선두권에 속해있다.
1998년부터 시스템LSI사업부에 몸담았던 권오현 사장을 반도체사업부 사장에 임명한 것 역시 비메모리에 대한 삼성전자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후 삼성전자는 메모리와 비메모리의 균형발전을 이뤄냈다.
생산라인이 없는 반도체 설계업체(팹리스)의 제품을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 역시 빠른 성장을 거듭하며 올해 초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20년 넘게 도전과 좌절을 거듭한 동부하이텍은 최근 이같은 도전을 바탕으로 열매를 맺을 준비를 하고 있다. 1997년 반도체 산업에 뛰어든 이후 실패를 거듭한 끝에 아날로그 등 특화된 비메모리 반도체 위탁생산 전문업체로 거듭나고 있는 것.
이같은 동부하이텍의 도전이 가능했던 것은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의 옹고집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간 재무구조 악화 등 사업 좌초 위기에서도 김 회장은 구조조정 및 사재출연 등을 통해 반도체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동부하이텍은 올해 첫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정부 역시 이같은 비메모리 부문에 대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하이닉스 등과함께 1500억원 상당의 ‘반도체 펀드’를 조성,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는 팹리스 업체들을 지원하고 있다.
아울러 새롭게 취임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 역시 첫 공식 일정으로 시스템반도체 육성을 위해 해당 중소기업 방문 및 주요 반도체 기업 수장과의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 비메모리 산업 육성을 통해 국가의 백년 후 먹을거리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다.
이와 관련해 업계 최고위 관계자는 “시스템LSI는 분야가 다양하고 해당 기술 확보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어려움이 있지만 과거 메모리 부문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도전에 나서고 있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의 협력을 통해 길지 않은 시간 안에 가시적인 성과를 지속적으로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