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발(發) ‘개헌 드라마’가 2011년 벽두부터 요란(?)한 시작을 알리고 있다.
지난 23일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핵심부의 ‘안가(安家)’ 회동에서 첫 티저 예고편을 선보인 개헌 드라마는 이후 하루가 멀다 하고 ‘여권 고위 관계자’, ‘청와대 핵심 관계자’란 엑스트라(보조 출연자)들을 내세워 ‘버즈 마케팅(buzz marketing, 꿀벌이 윙윙거리는 것처럼 입소문으로 홍보하는 기법)’을 펼치고 있다.
설 연휴 뒤 있을 ‘오디션’에서 조연급 출연진만 확정되면 ― 한나라당은 새달 8일부터 사흘 연속 개헌 관련 의원총회를 예정하고 있다 ― 본방송을 위한 본격적인 물량공세에 나설 태세다.
17대 대선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던 데다 예비 대선주자들의 호응마저 적어 3개월여 만에 막을 내리고 말았지만, 그 과정에서 노무현 당시 대통령은 물론, 야당이었던 한나라당 또한 나름의 정치적 명분과 위상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서로 ‘윈-윈(win-win)’한 작품이었단 평가가 적지 않다.
그럼 이번엔 어떨까. 4년 전과 비교할 때 일단 주인공과 제작진이 바뀐 것도 큰 변화지만, 시청자(국민)의 의식수준도 확연히 달라졌다. 처음부터 ‘주인공’을 내세우거나 본방송을 터뜨리지 않고 ‘치고 빠지기 식으로 여론을 떠보는 것도 바로 이점을 염두에 둔 것 같다. 그만큼 본방송까지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사전제작이 잘된 드라마라도 시청자의 마음을 잡지 못하면 말짱 헛수고다. 개헌이야 말로 바로 시청자, 즉 국민의 의중이 중요한 것 아닌가.
대통령이 무슨 생각을 하건, 여권 실세가 어떤 얘기를 떠들건 시청률이 바닥이면 이번 드라마도 망할 수밖에 없다.